사이버 공간 "사기꾼" 날뛴다

 얼마전 대학생인 김모씨(25)는 인터넷을 통해 물건을 구입했다가 낭패를 당했다. 그는 인터넷에서 운영하는 컴퓨터 관련 중고제품 쇼핑몰에 접속했다가 흥미를 끄는 게시물을 발견했다. 내용은 용산의 한 조립업체인데 부도로 미리 사놓은 신품 하드디스크를 헐값에 판매한다는 내용이었다. I사의 신형 10.1GB 제품을 OEM으로 구매해 시세보다 4만∼5만원 싸게 판매한다는 것. 김씨는 시세보다 조금 싼데다 용산의 업체라는 말을 믿고 메일을 교환한 끝에 대금 15만원을 이 업체가 지정한 계좌에 입금시켰다. 하지만 며칠이 지나도 물건은 도착하지 않았고, 다시 한번 이 쇼핑몰에 접속한 김씨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게시판에 올린 글 중에 피해자 한 사람이 나타나 알고 보니 용산에 그와 같은 업체는 없고, 사람도 어디론가 증발을 해버렸다는 것. 황급히 피해자들을 모아 추적을 했으나 이미 사기범은 종적을 감춘 뒤였다.

 최근 들어 김씨처럼 지능적인 수법에 의해 사이버 사기를 당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기존 PC통신을 이용한 사이버 사기는 PC통신 서비스들의 감시와 사법 당국의 대응으로 점차 줄어드는 추세지만 대신 훨씬 지능화된 범죄사건들이 잇따라 일어나고 있다. 또한 인터넷을 이용한 사이버 사기는 PC통신을 대체해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대표적인 지능범의 사례를 들어보면 소름이 끼칠 정도다. 우선 공짜를 위장한 사기를 들 수 있다. 사기꾼들은 고가의 핸드폰이나 컴퓨터 부품을 무료로 제공하겠다고 해놓고 운송비 명목으로 약간의 돈을 요구한다. 무료라는 데 현혹된 이용자들이 운송비를 입금시키면 이를 가지고 달아나버리는 것이다.

 피해자들은 피해액수가 몇 천원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신고를 하지 않지만 한번 거짓광고를 내면 이에 응하는 사람이 100명 이상 되므로 전체 피해액수는 만만치 않다.

 다음으로는 다른 사람의 통장을 이용한 사기방법이다. 이 방법은 계좌번호 추적을 막기 위해서 고안한 것으로 우선 PC통신의 구인난에 아르바이트로 일할 사람을 모집한다는 광고를 낸다. 광고를 보고 찾아온 사람에게 지급을 위해 아무 은행에서나 통장을 만들어서 가져오라고 시킨 다음, 통장을 가져오면 일단 보관을 해야 한다는 식으로 통장과 도장을 맡아 둔다. 이 통장과 도장을 이용해 온라인에서 사기를 친 다음 돈을 빼서 유유히 사라지는 것이다.

 직거래를 이용한 고도의 지능범도 있다. 직거래를 하기 위해 자신의 집 앞으로 오라고 해놓고, 물건이 집안에 있다고 하고 돈을 먼저 받은 뒤 집안으로 들어간 뒤 뒷문으로 빠져 나간다거나, 컴퓨터를 판다고 하고서 직접 만난 후 고장난 부품이나 돌덩어리가 들어간 본체만 보여주는 식의 사기방법도 등장하고 있다.

 그러면 이러한 지능적인 사기를 당했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PC통신에서 사기를 당했을 때는 우선 서비스 회사에 메일이나 전화연락을 취하는 것이 좋다. PC통신회사에서는 원칙상 사기행위를 한 사용자의 개인정보를 피해자에게 알려줄 수는 없다. 하지만 이 회사에서 사기범에 직접 연락을 할 수는 있다.

 일단 연락이 되면 절반 정도는 상호간 연락상의 오해인 경우이고, 물건을 보냈는데 중간에서 사라지거나, 사정상 물건을 아직 보내지 못한 경우도 있다. 이럴 때는 PC통신 서비스측에서 서로간의 연락처를 알려줘 당사자간에 오해를 풀 수 있도록 조치를 하게 된다.

 진짜 사기라고 판단되면 피해자에게 통보를 해준다. PC통신회사에서 경찰에 신고를 해주지는 않는다.

 PC통신회사의 영역을 벗어나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대부분 수만원대의 소액사건이기 때문에 경찰에 신고를 해도 접수는 해주지만 제대로 처리를 해주지 않는다.

 이럴 때 가장 좋은 방법은 같은 사람에게 피해를 당한 사람들을 게시판을 이용해 찾아내 공동으로 고발하는 것이다. 공동 명의로 고발할 경우 소액사건이라도 피해자가 많기 때문에 경찰측에서도 훨씬 적극적으로 수사에 나선다는 것이 경험자의 권고다.

 PC통신 관계자에 따르면 『이것도 경우에 따라 다르다. 단돈 5000원의 피해를 입었더라도 경찰에 적극적으로 신고해 범인을 붙잡은 경우도 있다. 과거에는 피해를 당한 사람들이 소액이라 그냥 신고 없이 넘어가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젊은 사람들일수록 적극적으로 신고를 해 자신의 권리를 찾으려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한다.

 인터넷에서 사고가 난 경우는 PC통신보다 피해액을 되찾기가 매우 힘들다.

 가장 큰 문제는 전자메일 주소를 쉽게 만들 수 있기 때문. 사기범들은 대개 무료로 제공되는 웹 메일 계정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웹 메일 계정을 이용하는데는 주소나 주민등록번호, 전화번호 등 검증할 수 있을 만한 단서가 전혀 필요없다. 등록정보란에 이러한 정보를 요구하는 서비스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허위로 기재해도 등록에 아무런 제한이 없다.

 따라서 대부분 전자메일 주소만을 갖고 거래가 이뤄지는 상황에서 사기를 당했을 때 이 정보만으로 사기범을 추적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그렇지만 사이버 거래를 안할 수는 없다. 상호간 믿음만 있다면 어떤 유통망보다도 저렴한 가격으로 자신이 원하는 물건을 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의 사후약방문은 인터넷 상거래에서는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사기를 당하지 않는 가장 좋은 대처방법은 역시 최선의 예방책을 사용하는 것이다.

 최선의 예방책으로 전문가들이 권장하는 방법은 대체로 다음과 같다.

 우선 직거래를 원칙으로 하는 것이 좋다. 직거래를 해도 반드시 물건의 상태를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겉모양만 그럴듯하고 속은 텅 비었거나 고장난 제품을 주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 부득이한 경우 소포 형태로 물건을 받고 계좌이체를 해야 할 경우는 상대방의 인적사항을 사전에 자세히 알아두는 것이 좋다. 상대방의 인적사항을 확인한 후 이때의 이름과 상대방이 제시한 계좌의 이름이 일치하는지를 반드시 확인하는 것이 좋다.

 이보다 더 좋은 방법은 우편송금 제도를 이용하는 것이다. 우편대금교환법이라 불리는 이 방법은 우체국을 이용해 물품을 확인하고 나서 대금을 지불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다. 우선 물건을 파는 사람이 우체국에서 우편대금교환법을 선택하고 약간의 수수료와 우편요금을 내고 물품을 보낸다. 수신자의 우체국에 물건이 도착하면 이 우체국에서 물건을 받을 사람에게 통지서를 보낸다. 물건을 사는 사람은 이 통지서를 받은 다음 우체국에 찾아가 물건을 확인한 후 팔 사람과 미리 합의한 요금을 지불해야 물건을 찾아올 수 있다. 대금 지불이 이뤄지면 이 금액이 물건을 판사람에게 전달되면 거래가 완료된다. 다소 복잡한 방법이지만 대금을 먼저 지불해야 하는 위험성을 피할 수 있어 네티즌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거래수단이다.

 마지막으로는 피해자들의 적극적인 신고자세와 문제가 생겼을 때 정보를 공유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피해를 당했을 때 피해액수가 얼마되지 않는다고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으면 결국 다른 피해자를 양산하게 되는 결과가 된다. 아무리 작은 액수라 하더라도 피해를 당하면 게시판을 통해 피해자들의 정보를 공유하고, 사기범의 신상을 밝혀 다시는 사이버 공간에 발붙이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구정회 기자 jhk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