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나라에서 흔히 「최고의 직업」이라고 말하는 대학 교수. 그러나 IMF 이후 「사회에 아무 도움도 줄 수 없다」는 무력감 때문에 고민하는 교수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최근 문을 연 연세대 창업보육센터 소장을 맡고 있는 백윤수 교수(43)도 그 가운데 하나다.
그는 『오랜 미국 유학과 대기업 연구소를 거쳐 지난 94년 모교에 교수로 금의환향했을 때 느꼈던 기쁨은 사라지고, 그 대신에 교수라는 직업이 현실적으로 사회에 아무 도움도 줄 수 없다는 무력감이 엄습해왔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도 대학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많은 귀중한 연구성과들이 사장되는 현실이 안타까웠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무작정 창업을 결행할 수는 없었다. 마케팅 경험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IMF로 그의 의지를 시험할 수 있는 기회가 크게 앞당겨졌다. 그는 지난해초 중소기업청과 정보통신부가 실업대책의 일환으로 대학의 벤처창업 지원 프로그램을 속속 발표하자마자 자연스럽게 창업보육센터 사업에 뛰어들었다.
사실 보수적인 학교로 유명한 연세대가 최첨단 정보통신 시설을 완비한 창업보육센터를 갖게 된 것은 순전히 백 교수의 노력 때문이었다. 그가 가장 먼저 추진한 것은 중소기업청과 정보통신부로부터 창업보육기관으로 지정받아 필요한 예산을 확보하는 것이었다.
그가 치열한 경쟁을 뚫고 지난해 두 부처로부터 창업보육기관으로 지정을 받은 후에도 어려움은 끝나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연세대가 올해초 완공한 신공학관의 임대료(평당 30만원)가 비싸고 쾌적한 연구공간을 충분히 확보하는 것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우여곡절 끝에 백 교수는 중소기업청으로부터 지원받은 4억5000만원으로 신공학관 2층에 800평이라는 넓은 공간을 확보한 데 이어 최근 20개 우량 벤처기업을 창업보육센터에 입주시키는 업무까지 마쳤다. 『이제 한숨 돌릴 수 있겠다』는 인사말에 대해 『이제 시작일 뿐』이라며 빙긋이 웃는 그의 얼굴에서 벤처 조련사의 굳은 의지를 읽을 수 있었다.
<서기선기자 kssu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