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8월 초대형 인터넷책방 「북토피아」가 문을 연다. 북토피아는 250여개 출판사의 홈페이지가 링크되고 20만종 이상의 도서가 거래될 한국판 아마존이다. 이 가상서점을 운영할 회사 이름도 북토피아. 국내 단행본 출판사들이 결성한 출판인회의 회원사들이 3억원의 자본금을 출자해 만든 법인이다.
『출판계에도 새바람이 필요합니다. 소비자들이 찾아오기만 기다려서는 곤란하죠. 21세기엔 낙후된 경영구조와 유통구조, 구시대적 마케팅전략을 바꿔야 합니다. 북토피아는 출판계의 생산과 유통, 판매 시스템에 뚜렷한 변화를 가져올 겁니다.』
북토피아 개점을 위한 실무를 맡고 있는 출판인회 산하 인터넷소위원회의 박정모 위원장은 서점에 직접 나간 것보다 훨씬 쉽고 편하게 책을 살 수 있는 가상공간을 만들 것이라고 말한다. 도서출판 혜지원의 사장이기도 한 박정모씨는 요즘 출판사보다 오히려 마포의 준비위원회 사무실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많다.
출판인들에게 북토피아는 온라인 서점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는 게 박 사장의 설명이다. 지금 출판업계는 지각변동을 겪고 있다. 아마존이 이미 국내 대기업과 손잡고 한국 진출을 결정했고 미국의 대형 서적 유통업체 반스 앤 노블도 한국상륙을 검토중이다. 북토피아는 이같은 변화에 대한 출판업계의 적극적 대응이라는 점에서 더욱 기대를 모으고 있다.
『교보·종로 같은 대형서적과 북파크·다빈치 등 인터넷서점들은 점차 늘어나고 있죠. 하지만 대부분 책을 팔기 위한 서지정보 제공에 그치고 있어 아쉽습니다. 북토피아는 단순한 온라인 서점이 아니라 출판업계의 구심점으로 다양한 사업을 펼쳐 나갈 겁니다』라고 박 사장은 자신감을 내비쳤다.
우선 북토피아는 회원사들을 위한 웹 호스팅부터 구상하고 있다. 출판사들 중에는 자체적으로 홈페이지를 운영할 여력이 없는 곳이 많기 때문에 회원사들의 특성에 맞는 홈페이지 제작과 운영을 대행해 주려는 것.
아울러 전자출판시스템과 LAN설비 구축, 전산프로그램 공급도 대행할 예정이다. 전문적인 편집과 디자인, 그리고 인터넷을 배울 수 있는 교육센터로도 운영하게 된다. 출판정보의 수집과 교류, 홍보와 마케팅도 북토피아에서 담당한다.
야후코리아나 심마니가 범용의 검색엔진이라면 북토피아는 출판 검색엔진을 개발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표준화된 출판 전산프로그램을 개발해 출판 도서정보 데이터베이스도 구축할 예정이다.
『결국 북토피아는 출판업계의 컴퓨터 마인드 확산을 위한 본부이자 교육센터, 도서 데이터뱅크가 될 겁니다. 나아가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언제든지 들러서 다양한 정보와 즐거움을 얻는 포털 사이트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야심있는 계획을 추진하는 과정에서도 도서정가제는 꼭 지킬 것이라고 박 사장은 강조한다. 신간서적 할인판매 대신 네티즌들을 위한 차별화된 서비스로 경쟁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예를 들어 회원으로 가입하면 재고도서의 할인판매라든가 각종 이벤트 참가 우선권, 신간정보 E메일, 디지털북 출간시 일부를 무료로 다운로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지금 서둘러 준비하지 않으면 외국자본의 논리와 힘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지고 말 것이 불을 보듯 훤합니다. 생산과 유통, 판매 기능을 하나로 묶는 진화된 정보 인프라를 구축해야 할 때입이다. 북토피아를 기다려 주십시오.』
북토피아는 8월 이후 「http://booktopia.com」이나 「http://booktopia.co.kr」로 접속할 수 있다.
<이선기기자 sk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