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조영이 고구려 유민을 주축으로 건국한 발해(서기 698∼926). 전성기의 발해는 한민족 사상 최대의 영토를 차지하며 「해동성국」이라 불렸다. 하지만 지금 발해 229년은 우리 역사의 변방에서 서서히 잊혀져 가고 있다. 지리적 위치 탓에 학계에서도 유물, 유적 탐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지 못했고, 국립중앙박물관에는 독립된 전시실 하나 없는 형편이다.
최근 이처럼 잊혀진 발해의 역사를 복원한 CD롬 전자책이 나와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한국학 데이터베이스 전문개발사 누리미디어(대표 최순일)가 출시한 「CD롬 발해사」는 지난 해 북한의 북한사회과학원이 발해건국 1300주년을 맞아 집필한 「발해사연구」를 CD롬으로 옮겼다. 누리미디어는 고려민족문화연구원(중국 심양 소재)의 중개로 북한측과 정식 출판권 계약을 맺고 「고려사」 「팔만대장경」에 이어 이번에 「발해사」를 펴내게 됐다.
「CD롬 발해사」는 정약용, 유득공 등 저명한 실학자들의 저작을 비롯해 발해관련 원사료, 중국과 러시아 및 북한에 산재해 있는 발해 유적유물 슬라이드, 발해사 연구 논저목록, 관직명사전 등 방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전자책은 목차와 본문을 함께 볼 수 있는 윈도 탐색기와 편리한 단어검색 기능을 갖추고 있다는 게 특징. 중간단어 검색이 가능해 대조영 대신 조영이라는 키워드로도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이 전자책은 해방 이후 북한의 발해사 연구 성과를 집대성했다는 점 이외에도 남북한의 정상적 출판교류를 위한 물꼬를 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앞으로 누리미디어는 「삼국사기」 「삼국유사」 「동국이상국집」 등 우리 문화의 전산화 작업을 이어갈 계획이다.
<이선기기자 sk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