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P냐, 텍트로닉스냐.」
국내 계측기업계 두 거인이 디지털TV용 계측장비시장을 놓고 진검 승부를 벼르고 있다.
이처럼 한국HP와 한국텍트로닉스가 맞대결을 벌이는 것은 KBS·MBC 등 공중파 방송사들이 늦어도 올 하반기부터 디지털방송을 시작함에 따라 관련 시장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 업체는 먼저 디지털TV방송용 실험장비를 개발하고 있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방송사 기술연구소를 중심으로 치열한 공급 경쟁을 벌이고 있다. 연구소 계측장비 수요를 선점할 경우 앞으로 방송장비 생산업체를 공략하는데 유리한 위치에 설 것이라는 분석에 기인한다.
디지털TV 개발과 시험을 위해서는 마이크로웨이브·RF신호발생기·오실로스코프 등 범용 계측기 외에 베이스밴드(Baseband)와 MPEG계측기 등이 필요하다. 이들 업체는 범용 계측기보다 상대적으로 수요가 많은 베이스밴드와 MPEG계측기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다.
계측기와 방송장비 사업을 두 축으로 삼고 있는 텍트로닉스는 디지털 방송용 계측기시장만은 결코 내줄 수 없다는 분위기다. 특히 방송장비 생산과 관련한 기술과 노하우를 계측 분야에서도 십분 활용하면 국내시장 선점은 시간 문제라고 자신하고 있다. 두 사업 분야를 접목, 시너지효과를 통해 충분한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한국텍트로닉스는 베이스밴드 계측기와 관련해 TG2000 멀티 신호발생기, HDTV 파형모니터, PQA200 화질측정장비, 디지털오디오/비디오 측정기 등 10여종에 이르는 계측장비를 선보이고 있다. 또 국내시장을 겨냥해 개발한 MPEG분석시스템인 「MTS215」를 주력으로 마케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에 대응해 한국HP도 국내 계측기 수위업체의 명성을 디지털TV용 계측장비 분야에서도 이어간다는 각오로 시장 선점 경쟁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한국HP는 최근 ETRI에 디지털 방송용 인코더시스템을 시험할 수 있는 MPEG스코프를 공급해 무척 고무돼 있다.
이번에 한국HP가 공급한 MPEG스코프는 디지털방송 종합 측정장비로 유럽방식(DVB)과 북미방식(ATSC) 표준을 모두 지원할 수 있으며 실시간 MPEG스트림 분석 기능을 활용, 방송 트래픽과 데이터를 모니터링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또 별도 측정장비 없이 영상뿐 아니라 음성·오디오 신호도 분석할 수 있다.
한국HP는 이번 장비 공급과 디지털방송 부상을 계기로 그동안 텍트로닉스에 뒤져왔던 MPEG 시험장비 분야에서 시장점유율 1위를 달성해 신기원을 이룩한다는 전략이다.
앞으로 디지털TV 계측장비시장에서 이들 업체의 시장 경쟁이 어떻게 진행될 지 벌써부터 업계에서는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