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케이블TV가 잃어버린 시장

장세환 디지털웍스앤테크놀로지 사장

 새로운 천년의 시대가 열린다. 무한경쟁의 시대적 환경 앞에 준비한 기업은 흥하고 준비하지 못한 기업은 망할 수밖에 없다. 새로운 천년은 준비한 기업만의 기회이자 환경이 될 것이다.

 최근 정부의 주도로 활발히 논의되고 있는 방송의 디지털화는 단순히 방송의 체제변화 이전에 혁명에 가깝다. 일반 가정의 TV수상기는 단순한 가전이 아닌 정보단말기로서 퍼스널컴퓨터(PC)를 대체할 수 있는 획기적인 변화가 일어나게 된다. PC와 달리 TV수상기는 남녀노소 누구나 접근과 사용이 간편한 매체이기 때문에 이를 통한 통신 서비스의 활용은 결국 미래 정보통신의 신시대에 가장 간편하고 적극적으로 대비할 수 있는 길이라 믿는다.

 광동축혼합(HFC:Hybrid Fiber Coaxial)망, 일명 케이블TV망이라 불리는 양방향 통신 매체가 뒷받침하고 있는 케이블TV의 방송통신 서비스 시스템은 다소 무리가 있더라도 더 이상 주저할 필요없이 가야 할 길이다. 미국 1억 가구의 TV수상기 중 6400만대가 케이블TV망과 결합되어 있으며, 이 중 1500만대의 TV에서 주문형 멀티미디어 서비스(MOD:Multimedia On Demand)는 물론 인터넷·전자우편(E메일)까지 가능하다.

 최고 128Kbps의 통신속도를 가진 종합정보통신망(ISDN)이라는 가장 진보된 방식도 상향 10Mbps, 하향 38Mbps의 케이블TV망의 통신효율에 비하면 턱없이 느린 서비스다. HFC망이라는 초고속통신 인프라를 방치해 두고 법적·제도적 환경만을 고집할 때 케이블TV업계는 일반 PC업계에 사용자를 하나둘 빼앗겨 버릴 가능성이 높다.

 유감이지만 국내 1500만 TV수상기의 고작 6%밖에 안되는 가입자망을 가지고는 밀레니엄의 프리미엄은 고사하고 생존도 힘들다.

 1000만 PC시대를 눈앞에 두고 PC진영에서 일고 있는 변화와 도전의 물결은 이미 국민적 공감을 얻고 있는 상황이다. 「메가미디어 대전」이라 불리는 밀레니엄의 길목에서 PC진영에 비해 케이블TV업계에서의 변화와 개혁의 목소리가 턱없이 약하게 들리는 건 왜일까.

 국가의 HFC망 인프라는 현재 전국의 케이블TV 방송국(SO)에 의해 핵심적으로 운용되고 있다. 현 시점에서 2, 3개 케이블TV 전송망사업자(NO)의 상업적 정책만으로 전국의 SO들이 PC진영에 대적하기 위해선 정보화 마인드의 확산이 시급하다. 또 NO와 SO의 자본력에 의한 종속구도보다는 경쟁과 협력 관계에서 케이블TV의 생존권을 확보하는 데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

 케이블TV업계 생존의 제1조건은 지역 가입자를 대상으로 고속인터넷·전자상거래·주문형비디오(VOD) 등 첨단 서비스 시스템을 도입, 케이블TV 가입자 망에서도 자유롭게 최고의 서비스 시스템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미 미국·유럽·일본 등 선진국에서 보편화되고 있는 케이블TV를 통한 양방향 정보 서비스와 주문형 멀티미디어 서비스에 대해서 국내에서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특히 기술개발을 위해 산업계는 물론 정부·학계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TV수상기가 정보통신의 핵심 도구로 자리잡는 날, 인터넷 교육을 위해 값비싼 PC보다는 TV수상기 앞에 앉아 있게 되는 날, TV를 통해 인터넷을 활용하고 전자우편 통신을 구현할 수 있는 날, 케이블TV업계도 비로소 새로운 밀레니엄 시대에 대비할 수 있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