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영화인들의 화려한 어울림, 제52회 칸 영화제가 프랑스 남부의 해변도시 칸에서 지난 12일(현지시각) 개막돼 오는 23일까지 12일 간의 일정으로 열띤 열기를 뿜어내고 있다.
이번 칸 영화제에는 전세계 73개국에서 추천된 1138편의 장·단편 영화가 공식·비공식 부문에 진출했으며 출품작 수는 지난해보다 80여편이 늘어나 더욱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주요 부문의 본선 진출작 수는 장편 경쟁 부문과 단편 경쟁 부문에 각각 22편과 12편, 비경쟁 부문인 「주목할만한 시선」 부문에 22편, 영화학교 출신의 신예감독들의 작품이 추천되는 「시네파운데이션」 부문에 18편 등 총 70여편이다.
특히 올해 장편 경쟁부문에는 중국 첸카이거 감독의 「황제와 암살자」, 미국 데이빗 린치 감독의 「스트레이트 스토리」, 일본 기타노 다케시 감독의 「기쿠지로의 여름」 등 유명 거장들의 신작이 새로운 밀레니엄을 겨냥해 대거 출품된 것이 특징이다.
국내 작품은 장편 부문에는 한 편도 본선에 오르지 못했으나 김성숙 감독의 「동시에」와 김대현 감독의 「영영」, 송일곤 감독의 「소풍」 등 3편이 단편 경쟁부문에 올랐으며, 시네파운데이션 부문에는 영화아카데미 출신 이인균 감독의 「집행」이 진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개막작으로는 「러시아의 쉬리」라 할 수 있는 니키타 미할코프의 대작 사극 「시베리아의 이발사」가, 폐막작으로는 영국 올리버 파커가 오스카 와일드의 희곡을 영화화한 「이상적인 남편」이 선정됐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칸 영화제는 50년이 넘는 오랜 전통과 명성만큼 전세계 영화감독들과 영화제작사, 투자자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을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에 이를 발판으로 해외 진출을 노리는 각국의 영화관계자들의 움직임이 가장 주목할 만하다.
국내 영화제작사 및 배급사들도 이번 칸 영화제를 올해 해외마케팅 활동의 시발점으로 삼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해 칸 필름 마켓에서 영화 「용가리」로 약 300여만달러에 달하는 사전판매보장을 받았던 제로나인엔터테인먼트(대표 심형래)는 올해도 베트남에 약 10만달러의 사전 계약을 체결하는 등 분주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난 13일 현지에서 열린 시사회에서는 워너브러더스·유니버설 등 할리우드 메이저 배급사들도 관심을 보여 판권계약 성사 여부가 주목된다.
한국영화 수출을 목표로 지난해 설립된 미로비젼(대표 채희승)은 본선에 진출한 단편 영화 「영영」 「소풍」 「집행」 등의 판권계약을 집중적으로 펼치고 있는데, 이들 영화가 유럽지역의 예술영화TV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데다 수상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어 큰 성과가 기대되고 있다.
이 밖에도 일신창업투자(대표 고정석)는 「내 마음의 풍금」 「퇴마록」 「조용한 가족」을 시사회를 통해 판매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페이즈엔터테인먼트(대표 장승식)는 현재 본편 제작에 들어간 성인용 애니메이션 「연씨별곡」의 판권계약 상담을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등 올해 칸 영화제는 과거 어느 때보다도 한국영화의 해외진출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