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 관람석> 암살자들

 「증오」로 칸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거머쥔 마티유 카소비츠 감독의 세 번째 영화 「암살자들」은 여러가지로 불편한 영화다. 전작에 비해 더 암울하고 잔인한 영상은 관객의 불편한 심기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며, 분노와 폭력의 이미지가 점철된 영화적 장치들은 영화보기의 곤혹스러움을 경험케 한다.

 폭력과 미디어에 대한 비판으로 응집되는 이 영화는 세대를 달리하는 세 명의 암살자들의 이야기를 중심 축으로 한다. 직접 주연을 맡기도 했던 감독은 『이 영화가 소멸해가는 장인의 시대를 은유하고 있다』고 얘기하지만 영화의 충격성은 바로 그 장인의 직업을 암살자로 설정했다는 데 있다. 킬러라는 직업에 장인정신을 빗댄 은유도 낯설지만 노인과 청년, 소년의 3대 암살자가 고리를 물고 연계되는 과정은 단절감과 소외의 극단적인 단면을 보여준다.

 노장 킬러 바그너(미셀 세로)는 어느 날 자신의 살인 장면이 녹화된 비디오 테이프를 갖고 있는 청년 막스(마티유 카소비츠)를 만난다. 할 일 없이 좀도둑질을 하면서 엄마와 단둘이 살고 있던 소심한 막스는 바그너로부터 자신의 후계자가 될 것을 제의 받는다.

 시범적으로 선택된 살인 대상은 막스의 옆집에 사는 늙은 노인. 영화 오프닝에서 시작되는 이 살인 장면은 카소비츠의 메시지가 가장 함축적으로 표현되는 부분이다. 그 후 막스는 바그너의 집으로 옮겨와 살면서 그로부터 암살자가 되기 위한 훈련을 쌓는다.

 그러나 심약한 막스는 첫 번째 의뢰받은 일부터 실수를 범한다. 공포에 떨면서 방아쇠를 당기지 못하는 막스 대신 방아쇠를 당긴 것은 그를 쫓아다니던 14세 소년 메디. 바그너는 비밀을 지키지 못했다는 이유로 막스를 죽이고, 대신 겁없이 살인 대가를 지불해 줄 것을 요구하는 메디를 자신의 두 번째 후계자로 삼는다. 바그너는 40년 동안 지켜온 자신의 직업에 대한 철학을 전수하고 싶어하지만 어린 소년 메디에게는 살인이란 단지 총의 종류가 다를 뿐 자신이 즐겨하는 비디오게임과 다름없다. 메디는 자신의 첫 번째 임무를 완수하고 난 후 허탈한 마음에 학교를 찾는다. 그러나 무단 결석을 했다는 이유로 교문에서 쫓겨나고 얼마 후 바그너는 총을 훔쳐 달아난 메디가 학교에서 선생을 죽이고 자살했다는 비보를 듣는다.

 과거와 현재, 미래를 암시하듯 이 영화엔 각기 연령 대를 달리하는 세 명의 암살자가 등장하지만 또 다른 중요한 암살자는 바로 TV다. 청소년들의 집단 성폭행을 천연덕스럽게 다루고 있는 시트콤과 야생동물들의 약육강식 세계를 보여주는 다큐멘터리는 픽션과 리얼리즘의 한계를 모호하게 하면서 폭력의 또 다른 이미지를 만들어간다.

<엄용주·자유기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