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작기계업계 "다시 뛴다"

 부도 및 구조조정으로 몸살을 앓던 공작기계업계가 전열을 재정비하고 시장 공략에 나섰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부도 및 구조조정 여파로 생산·마케팅·연구개발·애프터서비스 등 기업 고유의 활동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던 현대정공·기아중공업·두산·한화 등 공작기계업체들이 최근들어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처럼 공작기계업체들이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는 것은 구조조정이 대부분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데다 공작기계 경기가 서서히 살아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한화 등 일부 업체는 그룹의 전폭적인 지원아래 대규모 설비투자에 나설 것으로 알려지는 등 과거보다 그룹내 위상이 오히려 강화됐다.

 현대정공 공작기계 사업부문은 이르면 다음달 중 현대자동차에 분할합병 방식으로 인수될 예정이나 이에 개의치 않고 내수 및 수출시장 공략에 나설 계획이다. 이 회사는 범용 공작기계의 경우 장비 고장 유무를 원격으로 진단할 수 있는 개방형 컴퓨터 수치제어(CNC)장치를 주력 컨트롤러로 삼아 자동차의 전용기 사업과 함께 2원화 체제로 운영하기로 했다.

 이 회사 성병호 공작기계사업본부장은 기아중공업 인수설과 관련해 『부채, 채권단 결정, 고용승계 문제 등 변수가 많아 뭐라고 말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지만 시너지 효과를 높이기 위해 기아중공업의 공작기계 사업부문을 자동차로 통합해 그룹내 공작기계 사업부문을 일원화한다는 것이 그룹의 확고한 방침』이라고 말했다.

 부도 직전 내수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하기도 했던 기아중공업은 연구개발, 생산, 국내외 마케팅, 애프터서비스 등을 정상화, 올해부터 흑자로 반전시킬 계획이다. 이를 위해 이 회사는 현장 인원을 40% 줄이고 소사장제를 도입, 생산성을 배가하는 한편 부도로 인해 회사를 떠났던 직원들과 대리점 계약을 체결하는 등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두옥 해외영업부장은 『기아 제품은 성능 대비 가격이 저렴해 국내외 시장에서 경쟁력이 높다』며 『기아가 현대로 인수될 지도 모른다는 우려만 불식시키면 충분히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있으며 또 그것이 바로 회사의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그룹 구조조정 과정에서 (주)두산의 비즈니스그룹(BG)으로 축소된 두산 기계BG은 매출보다 현금 흐름과 이익을 중시하는 경영을 펼쳐 나갈 계획이다.

 이에 따라 이 회사는 품질을 바탕으로 고가 정책을 유지하기로 했으며 기술력 있는 딜러 발굴에도 주력할 예정이다.

 안기명 해외영업부 팀장은 『두산의 주력 사업이 음료나 식품이기 때문에 공작기계사업에서 철수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 없지 않으나 『기계와 전자 부문은 전략적으로 육성하고 있는 차세대 주력사업으로 연 1000대 규모가 되면 라인 증설이 예정돼 있다』고 말했다.

 별도 법인에서 (주)한화의 기계사업부문으로 통합된 한화/기계는 자동선반을 이 회사의 대표적인 제품으로 육성키로 하고 이르면 하반기에 대대적인 설비투자를 하기로 했다.

 2년전부터 수출에 착수한 이 회사는 기업 및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고 뉴 테크놀로지를 기반으로 제 값을 받고 대량 수출한다는 전략이다.

 송희남 공기사업본부장은 『업무 효율을 높이기 위해 서울에서 창원 공장으로 내려가 직원들과 상주하고 있다』며 『올 하반기면 수입선 다변화 제도가 풀리기 때문에 수출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는데 유럽·미국 지역 수출이 급격한 증가세를 보여 고무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효상기자 hs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