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막트랜지스터 액정표시장치(TFT LCD)사업부문의 합작을 놓고 1년 이상을 끌어왔던 LG와 필립스의 협상이 마침내 타결됐다. 우여곡절 끝에 협상이 성사된 데는 두 회사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우선 LG는 LG전자의 부채비율을 낮추기 위해 외자유치를 서두르면서 알짜배기사업으로 떠오른 LGLCD를 매각한 것이다. LG는 경영권만 확보하면 되기 때문에 불필요하게 LGLCD의 지분 100%를 보유할 필요가 없는 점도 매각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된 것으로 작용했다.
또한 필립스도 앞으로 TFT LCD 모니터사업을 중점사업으로 펼치기로 한 전략에 따라 TFT LCD를 원활하게 확보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필립스측은 최근 네덜란드에 보유하고 있는 TFT LCD 공장을 폐쇄하는 등 TFT LCD사업을 줄여온 점도 LG측과 손잡을 수밖에 없게 된 것으로 보인다.
두 회사의 이번 합작은 상당한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기초기술 개발력이 강한 필립스와 응용·제품기술개발력이 뛰어난 LGLCD의 결합으로 기술력이 한층 강화될 수 있으며 장치산업인 LCD사업에서 투자재원의 적기 확보와 위험분산이 가능하게 됐다.
따라서 두 회사의 결합으로 합작법인은 모니터시장에서 브라운관을 대체할 것으로 예상된 TFT LCD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하는 기반을 구축했다.
LG전자의 구자홍 부회장은 『LG는 필립스가 보유한 세계적 명성과 전세계 사업망, 사업경험을 활용하고 필립스는 LG가 갖고 있는 세계 최고 수준의 LCD기술력을 활용할 수 있게 돼 성공적인 윈 윈전략을 창출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번 두 회사의 합작에 따른 시너지효과에도 불구하고 문제점도 많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인식되고 있는 TFT LCD사업의 매각으로 LG측이 얻은 이익은 별로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합작내용으로 볼 때 LG전자측으로 유입되는 자금은 당초 발표한 16억달러보다 적어질 것으로 보인다. LG측이 보유한 지분을 매각하는 것이 아니라 LG측의 지분만큼 출자하면서 프리미엄을 얹어 주는 형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LG전자측의 프리미엄은 기존 지분 50%를 매각한 대금이 아니라 앞으로 확정될 자본금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16억불보다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다른 문제는 합작한 일본 호시덴의 실패를 경험삼아 필립스측이 합작법인의 경영에 간섭할 경우 자칫 합작법인은 필립스의 하청업체로 전락할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필립스가 LG측과 손잡은 이유도 자신들의 전략상 부품의 원활한 조달에 있기 때문에 합작법인의 경영진은 필립스측의 눈치를 보게 돼 독자성은 그만큼 떨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합작법인이 당초 발표대로 두 회사의 시너지효과를 극대화시키기 위해서는 이같은 문제를 극복하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원철린기자 crw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