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완 LG전자 AV수출담당 상무보
얼마전 미국 콜로라도주의 한 고등학교에서 백인 우월주의에 심취한 학생그룹에 의해 교내 총기 난사사건이 일어났다. 어떠한 사건의 발생 원인은 대부분 복합적이기 때문에 한두 가지 요소를 가지고 전체를 설명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그렇지만 전통적 가치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가운데 갑작스럽게 도래해버린 사이버시대의 잘못된 적응이 한 원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미국에는 콜로라도주나 루이지애나주처럼 아직도 비교적 백인들이 많이 살고 있는 주가 있는 반면 오히려 백인이 소수 민족화되고 있는 캘리포니아 같은 곳도 있다.
캘리포니아 같은 주에서는 다양한 유색인종들이 백인과 함께 자유롭고 평등하게 개방적으로 생활하고 있는 데 비하여 콜로라도주와 같은 백인 중심 지역에 살고 있는 미국인들은 태생적으로 백인들이 불평등한 우월적 지위를 갖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따라서 누구든지 고급정보를 동시에 공유할 수 있는 인터넷시대에 열위적 환경에서 살아야 할 유색인종들이 사회적으로 급속히 기반을 다져가는 것에 대해 불만스럽게 생각할 수도 있다.
최근 한국의 청소년 범죄 행태나 자살증가 등의 원인도 유사한 점이 많다. 직접 만남을 통한 상호이해와 갈등극복보다는 일방적인 자기 의사표현이 보다 자유로운 사이버 공간에서의 만남이 늘어나게 되면서 인내심이 점점 부족해지고 인간관계에 있을 수 있는 갈등극복의 노력을 소홀히 하게 된다.
그러다보니 사소한 의견 충돌이나 불편함도 스스로 극복하지 못하고 범죄나 자살로 표출되어버리는 것 같다.
과거에는 삶의 구조 자체가 대가족 형태 속에서 부모·형제·친척간에 일어나는 크고 작은 갈등을 자연스럽고도 일상적으로 극복하며 자라왔기 때문에 사회생활에서도 타인과의 갈등을 비교적 원만히 해결할 수 있었다.
또한 과거에는 지식을 주로 문자를 통해 습득했으나 요즈음은 동영상 등의 실제 모습을 보면서 습득하다보니 개인별로 문자 이면의 다른 모습을 상상하던 다양하고 창의적인 인식보다는 획일적으로 형상화된 인지과정에서 순수하고 아름다운 상상력과 창의력이 축적될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들고, 단편적으로 이해하고 즉흥적으로 반응하게 되는 것 같다.
그리고 늘 새롭고 자극적인 정보와 흥미거리 속에서 고전과 같이 딱딱한 내용들을 접하는 기회는 줄어들고 이에 따라 점차 고전에 대한 흥미를 잃어가고 있다.
고전이 영원히 고전일 수 있는 것은 그것이 읽는 이로 하여금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고 느끼게 하며 그러면서도 거기서 본질적인 아름다움을 찾아내는 안목을 기를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전을 읽지 않는 사이버시대의 젊은이들은 그러한 기회를 박탈당한 가운데 전통적 가치관에 대한 인식의 결여 속에서 철학적 자아까지도 상실하게 되는 건 아닐까.
진정한 세계화는 우리 것을 제대로 이해하고 사랑하는 가운데 가능하듯 전통적 가치관에 대한 인식이 결여된 상태에서는 올바른 사이버시대를 살아가는 방법을 찾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맹목적이고 무비판적인 새로운 것의 섣부른 적용이 가져다준 뼈아픈 부작용들을 우리는 역사를 통해 알면서도 그 교훈을 받아들이는 노력은 게을리하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