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USB(Universal Serial Bus) 모뎀 시장에서 국내 제조업체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최근 불붙기 시작한 세계 USB 모뎀 시장경쟁에서 국내 제조업체들은 세계시장을 장악해온 대만 모뎀업체와 함께 선두그룹으로 나섬으로써 국내 모뎀산업의 수출경쟁력 강화에 청신호를 던지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USB 모뎀은 전세계적으로 많은 업체들이 관심을 갖고 개발해왔지만 실질적인 양산체제를 갖춘 곳은 현재 대만의 아즈텍과 샤크멀티미디어, 호주의 스완, 그리고 한국의 맥시스템과 가산전자 등 5개사에 불과한 실정이다.
국내 모뎀 전문업체인 맥시스템과 가산전자가 수출용 USB 규격 외장형 모뎀 생산에 들어간 것은 지난달 초. 같은 시기에 대만의 모뎀 업체들도 USB 모뎀 양산체제에 들어갔다. 아직 시장초기 단계지만 현재까지 두 나라의 USB 모뎀 생산규모는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국내 모뎀업체가 신형모뎀의 출하시기와 생산규모면에서 대만 업체와 대등한 위치에 올라선 것에 대해 모뎀업계에서는 대단히 고무적인 「사건」으로 평가하고 있다.
맥시스템(대표 문승렬)은 지난달까지 외장형 USB 모뎀인 「맥메신저 56KUSB」 3000여대를 생산해 수출선적을 마쳤으며 오는 7월부터는 수출용 생산규모를 월 2만대 수준으로 늘릴 계획이다. 맥시스템은 최근 미국시장에서 USB규격 외장형 모뎀에 대한 관심이 높은데도 불구하고 제품 공급업체가 거의 없는 상황을 활용해 올해 1500만달러 상당의 USB 모뎀을 수출하는 등 세계 USB 모뎀시장을 선점해나갈 방침이다.
가산전자(대표 오봉환)도 최근 싱가포르의 무역업체를 통해 600만달러 어치의 외장형 USB모뎀 「링 56KUSB」를 중국시장에 수출하기로 계약을 체결하고 제품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회사는 자사의 USB규격 외장형 모뎀이 노트북PC용 PCMCIA 모뎀에 비해 저렴하고 범용성도 뛰어나 아직 모뎀장착률이 낮은 중국 노트북PC 사용자들에게서 호응을 얻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가산전자는 오는 9월경에는 음성통화 기능을 추가한 USB 모뎀을 출시해 후발업체에 대한 기술적 우위를 유지해나갈 계획이다.
이같이 세계 USB 모뎀시장의 선두그룹에 국내 업체가 두 군데나 포함된 것과 관련, 전문가들은 국내 모뎀업계가 기술개발과 품질관리능력면에서 대만업체들과 대등하거나 앞섰다고 평가한다. 즉 전세계의 화교인맥을 통해 저가모뎀 대량 생산·판매에 나섰던 대만 모뎀업체들이 정작 모뎀 개발능력에서는 국내업체들에 한수 뒤졌고 결국 상당한 수준의 기술이 요구되는 USB 모뎀 개발경쟁에서 한국에 뒷덜미를 잡혔다는 것이다.
<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