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부터 15일까지 미국 LA에서 열린 세계 최대의 게임 전시회 E3(Electronic Entertainment Expo)는 역대 어느 행사보다 성황을 이뤘다.
약 1만5000여평 규모의 전시장에 전세계 400여업체가 2000여종의 PC·온라인·가정용·휴대형 게임은 물론 관련 하드웨어와 주변기기 등을 출품, 차세대 인터액티브 콘텐츠 산업의 흐름을 가늠케 했다.
E3는 전통적으로 PC게임과 가정용 비디오 게임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해왔는데 이번에는 3D그래픽 기술과 차세대 가정용 게임기가 핫이슈로 부각됐다.
그동안 스포츠·액션·롤플레잉 게임 등에 주로 선보인 3D기술은 이번 행사를 통해 PC게임과 비디오게임 전 영역에 걸쳐 올 하반기 출시될 신제품들에 적용됐으며 세계 게임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일본업체들의 데모 작품은 실사와 거의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수준이 높아졌다.
특히 사람의 표정변화를 섬세하게 묘사한 소니의 「페이스 애니메이션」과 자동차의 유리창에 반사되는 조도까지 반영한 「레이싱 게임」 그래픽은 관람객들의 탄성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게임 콘텐츠 중에서는 PC버전으로 완성된 일본 스퀘어 소프트의 「파이널 판타지 8」, 영화를 게임화한 미국 루카스아츠 인터액티브의 「스타워즈」시리즈, 마이크로소프트의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2」, 일렉트로닉 아츠(EA)의 스포츠 게임 「2000」시리즈가 관람객들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하드웨어 분야에서는 역시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2」, 세가의 「드림캐스트」, 닌텐도의 「돌핀」 등이 미국시장에서 처음으로 공식발표돼 차세대 게임기시장을 둘러싼 치열한 시장쟁탈전을 예고했다.
이들 게임기는 게임을 즐기는 수단으로 뿐만 아니라 인터넷 세트톱박스·DVD플레이어 기능을 포함하고 있어 향후 가전시장에까지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현지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온라인 및 네트워크 게임분야도 두각을 나타냈다.
특히 세계적인 개발사들이 내놓은 PC게임과 온라인 게임 플레이를 고속으로 지원하는 통합 플랫폼 서비스와 요금징수 시스템이 주목을 받았다. 또한 보이스 채팅, 입체음향 등 사운드 분야에서도 새로운 기술이 발표돼 게임에서 영상분야 못지 않게 사운드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번 행사 기간 중에는 지난 달 미국의 콜로라도주의 한 고등학교에서 발생한 총기난사 사건의 영향으로 인해 「게임의 폭력성」이 이슈화됐는데, 『청소년에 대한 잠재적 영향력을 감안해 게임을 단순히 돈벌이 수단으로만 생각해서는 안된다』는 여론이 비등했다.
이번 E3쇼에 참가한 멀티스페이스·오디스스튜디오·지오인터랙티브·한빛소프트 등 17개 국내업체들은 한국공동관에서 최신작을 시연하고 해외 바이어들과 활발한 수출상담을 벌였다.
그 결과 3D전략시뮬레이션 게임을 출품한 오디스 스튜디오가 미국의 중견 유통사와 35만달러 상당의 수출계약을 맺은 것을 비롯, 5개 업체가 총 70만달러 상당의 계약실적을 올렸다.
그러나 수출 상담대상이 주로 대만·동유럽 제작사들이었고, 미국·일본 등 메이저들의 주목을 받지 못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이번 행사기간 중 게임종합지원센터는 미국과 일본지역에서 활동할 현지 마케팅 전문위원을 위촉했으며, 미국 LA를 중심으로 활약하고 있는 「임셀와이즈」라는 투자컨설팅 업체와 500만달러 상당의 투자의향서에 조인했다.
이번 E3쇼는 국내업체들이 해외시장에서 입지를 확보하기 위해선 개발력 뿐만 아니라 세계시장의 니즈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상품성을 인지시키는 마케팅 능력이 절실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인식시켜주었다.
<유형오기자 hoy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