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계측기 업체들, 독특한 AS 시선 집중

 한국플루크가 국내에 공급하는 모든 계측기에는 노란 딱지가 붙어 있다. 노란 딱지에는 「평생보증제도(Lifetime Warranty)」라는 문구가 들어 있다. 계측기를 구입한 고객에게 평생 무료 기술지원을 약속한다는 표시다. 일반적으로 애프터서비스(AS)기간이 길어야 5년 안팎인 것을 감안하면 대단히 파격적이다. 그만큼 제품 품질과 성능에 자신이 있기 때문이다. 플루크가 휴대형 계측기 분야에서 세계적인 업체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도 이같은 철저한 AS 덕택이다.

 국내업체가 대부분 좋은 제품 선보이기에 주력한 반면 외국업체는 품질과 성능 못지않게 AS와 기술지원에 큰 비중을 둬 눈길을 끈다.

 이는 계측기라는 장비 특성상 제품을 파는 것 못지않게 기술지원과 유지보수작업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국내에서는 낮은 계측기술 탓으로 고장이나 오류발생시 어느 업체의 AS가 더 철저한 지가 제품을 고르는 1순위가 되고 있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에 진출해 있는 다국적 계측기업체사이에 벌어지는 AS와 기술지원 경쟁은 품질과 가격 경쟁 못지않게 치열하다. 여기에 최근 전자와 통신이 국내산업의 주력 분야로 떠오르면서 국내 계측기시장이 무시할 수 없는 비중을 차지해 이같은 경쟁은 더욱 가열되고 있다.

 외국 계측기업체는 최근 AS제도를 대폭 정비하고 저마다 독특한 기술지원이나 유지보수방식을 도입하고 입맛이 까다로운 국내 고객 끌어안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국내에 통신망관련 측정과 검사 장비를 주로 공급하고 있는 안리쓰코리아는 최근 「PSSE(Product Special Supporting Engineer)」제도를 도입했다. 제품별 전문 기술지원 방식 정도로 풀이할 수 있는 이 제도는 분야별로 전문 엔지니어를 둬 이를 통해 철저한 AS를 보장하겠다는 목적이다. 안리쓰코리아는 분야별로 전문 엔지니어를 배치해 광범위한 계측기 분야를 총괄 몇 명이 담당하던 때보다 안정되고 내용을 갖춘 서비스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텍트로닉스와 국내 디지털 오실로스코프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르크로이코리아는 고장이나 AS요청이 들어왔을 때 이를 수리하기보다 통째로 부품이나 시스템 전체를 바꿔 준다. AS에 걸리는 시간을 최소화하고 비슷한 고장이 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또 오실로스코프의 올바른 사용을 위해 월 2회 고객을 대상으로 정기적인 세미나를 열고 있다.

 한국텍트로닉스는 AS와 관련해 별도의 서비스북이 있을 정도로 기술지원에 큰 비중을 두고 있다. 이와함께 전용 자동테스트장비(ATE)를 통해 주기적으로 계측기를 교정해 주고 준비된 모듈을 이용해 장비를 검증 및 수리해주고 있다. 또 최근엔 옵션별로 수리기간을 1년에서 각각 3년, 5년으로 연장했다. 이밖에 전문 기술팀을 두고 작업 현장에서 AS를 받을 수 있는 「온사이트(On­Site)」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한국HP는 아예 전담인원을 두고 고객정보센터와 하드웨어서비스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고객정보센터는 장비 문의와 세미나 행사안내뿐 아니라 수시로 AS를 접수해 실시간으로 이를 처리하고 있다. 하드웨어서비스센터는 고장수리와 교정검사를 비롯해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한국HP는 「온라인 기술지원서비스제도」를 도입하고 고객 상황에 맞게 전화·팩스와 전자우편 등 다양한 방법으로 기술 지원을 제공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