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설팅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정보기술(IT)이 경영전략의 핵심 인프라로 떠오르면서 컨설팅의 축이 경영컨설팅에서 IT컨설팅으로 옮아가고 있다.
몇년 전까지만 해도 정보기술은 업무생산성을 높이는 보조수단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제 컴퓨터 없이 업무를 처리하기 힘들 정도로 정보기술의 비중이 막대해졌다.
나아가 정보기술은 사업영역을 확대하고 새로운 사업기회를 창출하기까지 한다. 인터넷비즈니스는 그 대표적인 사례다.
또한 IT전략은 이제 경영전략과 거의 동일시되고 있다. 기업의 새로운 IT전략은 곧 새로운 경영전략의 도입을 의미할 정도다.
기업들은 경쟁사의 IT전략을 통해 경영전략을 엿보기도 한다.
김동렬 삼성SDS 컨설팅사업부장은 『경영전략과 IT전략은 상호 보완되지 않고서는 어떠한 것도 이룰 수 없는 상황이 되고 있다』라고 말한다. 이를 달리 말하면 경영컨설팅과 IT컨설팅을 구분할 필요가 없어졌다는 말이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최근 IT컨설팅에 대한 의뢰가 경영컨설팅을 앞지르고 있다. 이미 수년전부터 구조조정과 인수 및 합병(M&A), 리엔지니어링과 같은 경영혁신을 마무리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국내 기업들은 IMF체제 등장 이후, 경영혁신의 요구에 뒤늦게 직면하면서 경영컨설팅과 IT컨설팅을 동시에 의뢰하고 있으며 곧 선진기업과 같이 IT컨설팅이 일반화할 전망이다.
국내 기업들은 체질개선과 공격적인 경영을 하기 위해 전사적자원관리(ERP), 데이터웨어하우스(DW), 공급망관리(SCM), 전자상거래(EC) 등의 IT인프라를 서둘러 구축하고 있다.
그런데 정보기술 환경이 어지러울 정도로 급변하면서 많은 기업들은 독자적인 IT전략 수립과 시스템도입에 혼란을 겪고 있다. 이러한 기업들은 곧바로 IT컨설팅업체들의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컨설팅 의뢰가 크게 늘어나면서 IT컨설팅업체들은 사상 최대의 호황기를 맞고 있다.
IT컨설팅시장은 워낙 분야가 넓고 다양해 규모를 섣불리 분석하기조차 힘들다. 다만 주요 업체의 매출실적과 수요동향을 고려하면 지난해 3000억원 시장을 형성한 것으로 추정되며 올해에는 5000억원대로 급성장할 전망이다.
올 들어 포항제철, 한국통신 등이 잇따라 IT컨설팅업체를 선정했으며 국민은행, 조흥은행 등 대부분 금융기관들도 수십억원대의 IT컨설팅 프로젝트를 추진중이다.
여기에 삼성, LG 등 대기업집단은 구조조정의 마무리단계로 저마다 전사 차원의 IT전략을 새로 짜고 있어 올해 IT컨설팅 시장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IT컨설팅이 컨설팅시장의 태풍의 눈으로 떠오르면서 패권을 노리는 관련 업체들의 행보 또한 빨라지고 있다. 따라서 올해 IT컨설팅 시장 경쟁은 예년에 볼 수 없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앤더슨컨설팅을 비롯해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 KPMG, 언스트영, 딜로이트컨설팅 등 외국계 컨설팅업체들은 올해 정보화전략 이외에도 ERP, DW, EC 등의 IT솔루션 분야에 집중 투자해 높은 지명도를 바탕으로 시장지배력을 더욱 공고히 한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외국계 업체들은 솔루션업체를 비롯한 전략적 협력선을 확대하고 인력확충 및 교육을 한층 강화할 방침이다.
한국IBM·한국HP·한국유니시스·한국컴팩컴퓨터·한국오라클 등 솔루션공급업체들도 IT컨설팅의 저변확대를 컨설팅사업 진출의 호기로 삼고 저마다 보유한 특화된 솔루션을 앞세워 컨설팅 사업을 적극 전개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 솔루션업체들은 자사 기종이나 플랫폼뿐만 아니라 다른 기종과 플랫폼에 맞는 컨설팅 서비스를 전개하기 위해 솔루션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조직과 인력 확충, 국내외 솔루션업체와의 제휴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삼성SDS·LGEDS·현대정보기술·대우정보시스템·동양시스템하우스·포스데이타 등 주요 시스템통합(SI) 업체들은 부가가치가 높은 IT컨설팅을 수익사업으로 육성키로 하고 투자를 강화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SI업체들은 독자적인 사업부 신설을 적극 추진하고 있으며 외국계 컨설팅업체들이 자신의 텃밭을 잠식해 들어오는 데 대응해 거꾸로 경영컨설팅 분야를 치고 들어간다는 전략이다.
이들 대형업체의 파상적인 공세로 어려움에 처한 위세정보기술·시에이치노컨설팅·인포웨어 등 전문 IT컨설팅업체들은 인터넷, DW 등 전문 분야에 특화한 컨설팅으로 틈새시장을 집중 발굴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IT컨설팅시장의 과열경쟁 조짐은 벌써부터 나타나고 있다. 올 들어 나온 상당수 프로젝트는 애초 수요자가 투자할 금액의 60∼70% 수준에 공급가격이 결정되고 있다.
또 일부 프로젝트는 덤핑 논쟁까지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만큼 수주경쟁이 치열하다는 의미다.
이같은 과열경쟁은 자칫 부실한 컨설팅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으나 여러 업체의 경쟁으로 서비스가 더욱 향상될 수 있을 것이라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이제 싹을 틔우기 시작한 국내 IT컨설팅의 역사는 선진국에 비해 10년 이상 짧다. 그만큼 시행착오를 겪을 가능성도 높다.
이재형 앤더슨컨설팅 사장은 『국내에서 IT컨설팅에 대한 인식이 그다지 높은 편이 아니어서 뜻밖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은 분야』라면서 『의뢰하는 기업과 컨설팅 업체 모두 역할분담을 잘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국내 IT컨설팅시장이 하나의 산업으로서 위상을 갖추려면 IT컨설팅에 대한 정확한 개념정립과 아울러 △컨설팅은 공짜라는 인식 △폐쇄적인 기업풍토 △컨설팅업체의 취약한 전문성 △저가경쟁에 따른 품질저하 △컨설팅업체에 대한 평가부재 등 넘어야할 산이 한두 가지가 아니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