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만 팔기에 바빴던 외국계 컴퓨터 하드웨어·소프트웨어 공급업체들이 고부가가치사업으로 떠오른 컨설팅 분야에 눈길을 돌리고 있다. 제품에 부가된 서비스로 인식됐던 컨설팅이 복잡해진 정보기술(IT)환경 속에서 독자적인 시장을 형성하자 외국계 IT업체들은 별도의 사업부문으로 이를 집중 육성하고 있다. IT업체들은 이미 지난해부터 컨설팅 분야에 대한 투자를 확대했으며 올해 컨설팅시장에서 확고한 입지를 마련한다는 전략이다.
한국IBM(대표 신재철)은 지난해 컨설팅 부문을 독립채산제 형태로 전환하면서 컨설팅사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한국IBM은 지난해 IMF체제에도 불구하고 컨설팅사업이 비교적 호조를 보인 데 고무돼 올해 컨설팅 인력을 대거 확충할 계획이며 사내 지식경영시스템을 서둘러 구축하고 있다.
한국HP(대표 최준근)는 지난해 컨설팅사업본부를 신설하고 솔루션 별로 120여명의 컨설팅 인력을 배치해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한국HP는 올해 전자상거래(EC)·공급망관리(SCM)·데이터웨어하우스(DW)·고객관리시스템(SRM) 등에 대한 컨설팅 수요 확보에 주력하기로 했으며 이를 위해 올해 안으로 20명 안팎의 인원을 보강할 계획이다.
컴팩코리아(대표 강성욱)는 종합 IT업체로 위상을 강화하기 위해 컨설팅시장에 적극 진출하기로 하고 70여명의 컨설턴트를 중심으로 금융·통신·제조업종을 집중 공략할 계획이다.
한국유니시스(대표 조완해)는 별도의 컨설팅 전담 조직을 두지 않고 있으나 산업별 영업본부 안의 솔루션팀 등에 있는 70여명의 컨설팅 인력을 풀가동, 올해 컨설팅 분야에서 100억원의 매출을 올릴 계획이다.
한국후지쯔(대표 안경수)는 올 초 5명의 컨설턴트로 컨설팅팀을 신설했으며 올해 20여명의 인력을 충원해 유통·ERP·CRM·금융·물류·전자상거래 등의 분야에서 25억원의 매출을 올린다는 목표다. 한국NCR(대표 이상헌)도 데이터웨어하우스·프로젝트경영 등의 분야를 중심으로 컨설팅사업을 적극 전개하기로 했다.
한국오라클(대표 강병제)은 올 초 솔루션별로 독립된 컨설팅조직을 하나로 통합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하고 공격적인 영업을 전개할 계획이다. 한국오라클은 170여명의 컨설턴트를 DW·EC·ERP 등의 분야에 대한 특화된 컨설팅서비스를 전개함으로써 이들 시장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한다는 전략이다.
이같은 IT업체들의 컨설팅은 모두 독자적인 솔루션을 보유하고 있어 컨설팅전문업체나 시스템통합업체에 비해 확실한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다는 강점을 갖고 있다. 이는 장점인 동시에 약점으로도 작용하고 있다. 다른 회사의 솔루션에 대한 컨설팅서비스를 제공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IT업체들은 컨설팅 분야가 기존 제품 매출에 상당부분 의존해야 한다는 한계를 갖고 있다. 그렇지만 최근 컨설팅을 의뢰하는 기업 가운데 이미 특정 제품의 도입을 결정한 후, 컨설팅을 맡기는 업체도 적지 않으며 상당수 기업들은 정보기술에 대한 전문지식을 보유한 IT업체들의 컨설팅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인터넷과 같은 개방적인 IT 환경이 조성되면서 특정 기종과 상관없이 다양한 솔루션을 접목시킬 수 있게 됐다. IT업체들은 자사 제품에 의존하지 않고도 독자적으로 컨설팅사업을 꾸려나갈 수 있는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닌 것이다. IT업체들이 최근 독자적인 컨설팅 조직을 신설하고 독립채산제의 운영방식을 도입하려는 추세는 이러한 분석에 바탕을 둔 것이다.
고성훈 한국HP 컨설팅사업본부장은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만 컨설팅할 것이라는 오해를 풀기 위해 대외적으로 「HP컨설팅」이라는 이름으로 컨설팅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IT업체들이 미국 등지에서 컨설팅전문업체들을 위협할 정도로 급성장하고 있는 추세와 비교해 국내 시장에서는 그다지 두각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그렇지만 IT컨설팅이 컨설팅의 핵심으로 떠오르면서 기업들이 어느 컨설팅업체보다 구체적인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는 IT업체들을 많이 찾고 있으며 인식도 개선되고 있어 IT업체들의 컨설팅사업 전망은 밝은 편이다.
컨설팅전문업체와 시스템통합업체들이 최근 IT업체들의 컨설팅사업 강화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