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용 디지털기기가 미래 핵심 사업군으로 급부상하면서 그동안 PC시장을 기반으로 성장해온 세계 메모리반도체 업계의 체제개편이 급속히 전개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외 D램 업체들은 PC 중심으로 이뤄져온 중장기 기술개발 및 마케팅 전략을 디지털 가정용 기기 위주로 전면 개편하는 작업에 서둘러 나서고 있다.
특히 이같은 수요 측면의 변화와 함께 반도체 미세화를 앞당기는 리소그래피 기술을 비롯해 새로운 개념의 메모리 셀 기술, 주변 회로 기술의 등장 등 기술적인 발전이 급진전되면서 미래 메모리반도체 시장의 주도권 확보를 겨냥한 업체간 기술 및 자본 연합이 적극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98년 이후 잇따라 성사되고 있는 메이저급 메모리업체간 인수·합병(M&A), 제휴, 공동 개발 등도 이같은 시장 변화에 적절히 대처하기 위한 움직임이라는 분석이다.
이같은 메모리업계 체제개편의 움직임은 기본적으로 메모리반도체를 채용하는 기기가 기존의 PC에서 디지털 가정용기기 분야로 크게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메모리반도체 사용이 일반화된 디지털다기능디스크(DVD) 관련기기나 디지털카메라·캠코더 등에 이어 디지털TV·홈서버·벽걸이용 오디오 및 비디오 등 대용량 메모리를 필요로 하는 가정용 엔터테인먼트 기기의 등장이 예고되면서 메모리반도체 시장의 무게중심이 PC에서 가정용 디지털 기기로 급속히 전환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한 이동전화를 이용한 데이터통신이나 영상통신이 등장하면서 이동통신 분야의 메모리 채용량도 급격히 늘어날 전망이다. 한 시장조사기관은 오는 2005년께 세계 D램 시장에서 PC용 메모리 비중이 절반을 넘지 못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고 있을 정도다.
이에 따라 국내 업체를 포함한 세계 메모리업체들은 이같은 시장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다각적인 사업전략 수립에 서둘러 나서고 있다.
우선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메이저급 업체들의 「헤쳐 모여」식 그룹화 움직임이다.
한때 메모리 분야의 강자였던 모토롤러가 98년 D램 사업을 포기한 데 이어 텍사스인스트루먼츠사가 메모리 사업 부문을 마이크론에 매각했다. 현대전자와 LG반도체는 이른바 「반도체 빅딜」을 성사시켰고 일본의 도시바와 후지쯔사는 메모리 분야에서 포괄적인 제휴에 합의했다.
신기술 개발 분야에서도 디지털 가정용 기기를 겨냥한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다.
가정용 기기 채용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플래시 메모리 분야에 기술개발 투자를 크게 확대하고 있으며 다이렉트 램버스 D램이나 가상 채널 메모리 기술(VCM), 강유전체 메모리반도체(Fe램) 등 차세대 가정용 기기에 적합한 이른바 고속 대용량 메모리반도체 기술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최승철기자 scchoi@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