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문화산업에 대한 전문투자가들의 관심이 고조되고 정부의 육성정책이 잇달아 발표되면서 그 동안 외국 작품의 하청제작에 주력해왔던 국내 애니메이션 제작업체들이 본격적인 자체 창작작업에 앞다퉈 나서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국내 애니메이션업체들 사이에서도 하나의 애니메이션을 극영화·TV시리즈·게임·음반·캐릭터 등으로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통합마케팅(IMC)기법을 도입, 국내 관련업체들과의 공동기획은 물론 외국업체들과의 컨소시엄을 구성해 프로젝트 팀을 만드는 등 국산 애니메이션 마케팅에 신선한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이같은 새로운 마케팅 기법은 그 동안 방송국이나 비디오업체들에 판권을 넘겨 사전제작자금을 확보하는 기존의 마케팅 방법과 달리 애니메이션 제작업체가 직접 마케팅의 한 주체로 나섬에 따라 상업적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음은 물론 결실에 따른 이익 배분에도 훨씬 유리한 조건으로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애니메이션 제작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종합 멀티미디어 콘텐츠업체인 프레임엔터테인먼트(대표 장종근)는 최근 자체 창작 애니메이션 「가이스터즈」를 일본의 3대 광고대행사 중 하나인 도큐 에이전시 및 일본 애니메이션 기획사인 퍼블릭&베이직(P&B)과 함께 프로젝트 팀을 구성, 공동 출자 및 공동 마케팅 형태로 제작하기로 했다. 단순히 판권을 담보로 외자를 들여온 것이 아니라 합작주체인 3사가 각각 해외 마케팅(도큐 에이전시), 일본내 기획(P&B), 한국내 기획·마케팅·제작(프레임)을 맡아 공동으로 참여해 상업적 성공가능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이미 「가이스터즈」는 내년 4월 국내 MBC에서 방영하기로 했고, 일본 NHK와 TV도쿄도 방영 방침을 확정, 일정을 잡고 있다. 또 「가이스터즈」의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을 음반으로 출시, 한·일 양국에 동시 발매할 예정이어서 양국간 문화교류에도 일익을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문성동화(대표 최문수)가 올 11월 방영을 목표로 13부작 TV시리즈로 제작하고 있는 「백구」는 이미 창작동화 「돌아온 진돗개 백구」로 발간돼 10만부 이상 판매함으로써 주 시청층인 어린이들의 인지도를 크게 제고시키는 성과를 거뒀다. 또 현재 백구의 캐릭터를 이용해 봉제인형을 제작, 방영과 동시에 판매에 들어갈 예정이며 TV방영 이후 극장용 애니메이션과 음반·게임으로 전환한다는 계획 아래 막바지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백구」는 주 투자회사인 서울화학 이외에 전남 진도군에서 제작자금의 일부를 지원, 지역내 홍보뿐만 아니라 앞으로 지자체의 캐릭터로도 활용할 계획이어서 새로운 마케팅 사례로 남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 애니메이션 업체 관계자는 『이러한 새로운 마케팅 기법을 도입해 추진되고 있는 애니메이션들이 상업적으로 성공을 거둘 경우 제작업체들의 인식이 크게 달라짐은 물론 창작의 기반도 한층 탄탄해질 것』이라며 『국내 애니메이션 산업의 근본적인 활성화를 위해서는 보다 적극적인 마케팅 방법의 개발과 이를 바탕으로 한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