퀄컴 "로얄티" 또 파문

 미국 퀄컴이 그동안 단말기 및 시스템에만 적용해 왔던 코드분할다중접속(CDMA)기술 로열티 적용범위를 응용 부가장비 및 소프트웨어 관련 분야 전반으로 확대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그동안 로열티를 염두에 두지 않고 기술을 개발해 왔던 관련업계가 심각한 로열티 파문에 휩싸일 조짐을 보이고 있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CDMA 원천기술 제공업체인 미국 퀄컴사는 최근 D사에 공문을 보내 개발중인 CDMA측정장비에 대한 기술사용료를 요구하고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가 개발중인 CDMA기지국 최적화 시스템은 CDMA단말기 포트와 연동해 CDMA기지국 시스템 용량, 가입자 수, 전파 활용범위, 분포 현황 등을 정확하게 분석해 기지국 배치를 최적화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퀄컴은 공문을 통해 「D사가 시스템 개발 과정에서 퀄컴의 CDMA칩에 내장한 데이터를 내려받고 있기 때문에 자사의 CDMA기술인 IS­95기술을 간접적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퀄컴은 이 과정에서 로열티 관련 협상과정을 공개하지 말 것과 이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계약을 전면 백지화한다는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하는 「상호 미발표 협정」 체결까지 요구한 것으로 알려져 물의를 빚고 있다.

 D사 측은 『국내 CDMA제조업체가 시스템과 단말기에 대해 막대한 로열티를 지급하고 있는 상황임을 고려할 때 응용 부가장비 및 소프트웨어 분야까지 로열티를 제시하는 퀄컴의 요구는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이같은 퀄컴의 요구가 받아들여질 경우 CDMA기술 알고리듬을 이용한 모든 응용 장비·소프트웨어에 광범위하게 로열티를 부과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 주게 돼 적지 않은 파문이 예상된다.

 D사 측은 『개발과정에 CDMA알고리듬을 직접 이용하지 않을 뿐 아니라 이미 외국에서 비슷한 장비가 선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이같은 퀄컴의 주장은 무리가 있다』며 『특히 퀄컴은 정작 중요한 로열티 액수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계약 전부터 상호미발표협정·기술사용확약서와 같은 공문을 수차례 보내 사실상 시스템 개발을 막으면서 로열티를 올리기 위한 시간끌기 인상마저 주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CDMA기술 사용과 관련, 삼성·LG·현대 등 대기업과 팬택·어필텔레콤·씨너텍 등 중소기업이 선급 기술료로 총 7100만 달러를, 경상기술료로 매년 전체 판매액의 5.25%(단말기)·6%(시스템)에 달하는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한편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는 지난 97년부터 98년 상반기까지 선급기술료를 포함, 모두 2억9000만 달러에 이르는 로열티를 지불한 것으로 밝혀졌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