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를 조립하려면 지금이 적기다. 컴퓨터 유통업계가 전반적으로 비수기를 맞으면서 PC 부품과 각종 주변기기 시세가 바닥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3월까지만 해도 졸업·입학 특수가 어느 정도 뒷받침됐지만 4월부터 점점 수요가 줄기 시작하더니 이달 들어서는 1·4분기에 비해 매출로 보나 수량으로 보나 30% 가량 줄어들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이야기다.
PC유통업계 전반의 부진은 부품과 주변기기 가격 하락을 가속화하고 있다. 특히 해외 단가의 영향을 직접 받는 중앙처리장치(CPU)나 메모리 등은 국제 시세가 급락한데다 내수 수요도 감소해 1·4분기에 비해 30∼40%씩 가격이 떨어졌다.
실제로 PC구성품 중 가격비중이 제일 높은 CPU의 경우 인텔의 지속적인 가격인하 정책과 함께 해외에서 그레이제품이 대량으로 유입되면서 셀러론 CPU나 펜티엄Ⅲ 등의 시세가 급락했다.
펜티엄Ⅲ의 경우는 지난 16일 인텔이 가격인하를 단행한 이후 도매가 기준으로 86만원선에서 70만원선으로 무려 16만원이 떨어졌으며 그레이제품이 나돌고 있는 펜티엄Ⅱ 400㎒와 450㎒ 제품은 대리점 공급가보다 낮은 30만원, 40만원대에 각각 유통되고 있다.
메모리도 지난 1·4분기에 비해 36% 가량 떨어졌다. 국제시세 하락 탓도 있지만 해외에서 국산제품이 역수입돼 여전히 바닥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 3월만 해도 용산전자상가에서 10만5000∼11만원에 거래되던 64MB 싱크로너스 D램의 경우 최근 6만3000∼7만5000원 선까지 내려왔으며 128MB짜리도 4만원 이상 내린 17만원대에 도매시세가 형성돼 있다.
이밖에 주기판도 대만산 저가제품 유입이 크게 늘면서 종전 가격에 비해 3만원 가량 떨어졌으며 하드디스크·모뎀 등도 업체들의 치열한 경쟁으로 저가 행진이 계속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같은 바닥세가 당분간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요즈음 PC를 새로 조립하려는 사람은 약간의 다리품만 판다면 지난 1·4분기에 비해 15만∼20만원 정도는 절약할 수 있다.
<박영하기자 yh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