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회로기판(PCB)은 모든 전자제품의 모태라 할 수 있다. 이는 PCB가 개별기능을 지닌 전자부품을 한데 묶어 당초 의도했던 전자제품 본연의 기능을 발휘하도록 정리해주는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오케스트라로 치면 지휘자 같은 역할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PCB가 견고하면서도 신뢰성 있게 제작됐는지 여부가 전자제품의 성능을 좌우한다고 볼 수 있다. 개별 전자부품이 탁월한 성능을 발휘하더라도 이들 부품을 실장한 PCB가 튼실하지 못하면 디자이너가 의도했던 전자제품의 성능은 발휘될 수 없다.
최근들어 전자부품의 경박단소·칩화 경향이 급진전되고 이들 부품을 조립하는 공정이 자동화함에 따라 PCB가 차지하는 비중은 갈수록 증대되고 있다.
부품조립 기술의 총아로 각광받고 있는 자동표면실장기술(SMT)이 일반화함에 따라 현재 대부분의 PCB는 설계 당시부터 SMT가 고려돼 설계되고 제작된다.
여기에다 전자제품의 슬림화 현상이 갈수록 심화돼 PCB도 고다층화하고 초박화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특히 반도체 제작기술이 PCB에 접목되면서 신뢰성 있는 PCB를 제작하는 방법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이동전화기 등 첨단 정보통신기기에 주로 채택되는 빌드업 기판의 경우 부품의 실장률을 높이기 위해 PCB 홀 구경이 150㎛ 이하로 줄어들었다.
이에 따라 기존 홀가공에 사용된 메커니컬 드릴이 아닌 레이저드릴로 이를 가공한다. 이 빌드업 기판의 홀구경이 작아지면서 관통홀의 도금 신뢰도를 유지하는 게 관건으로 작용하고 있다.
여기에다 초박·고다층화로 인해 발생하는 기판 도금두께 편차 문제가 중요한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들 과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했을 경우 부품 조립과정에서 대량의 불량이 발생할 수 있는 소지를 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차세대 빌드업 기판 기술로 부각되고 있는 TCD(Thermal Curable Dielectric)·포토비아 공법 등이 적용될 경우 기판의 신뢰성 문제는 더욱 중요한 사안으로 대두될 전망이다.
빌드업 기판과 더불어 반도체 패키지 기판 분야에서도 극복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이미 한국내 대규모 PCB업체들은 수년전부터 BGA 기판 사업에 참여, 양면 BGA를 거쳐 4층 BGA기판을 양산하고 있으며 6층 BGA 기판도 조만간 선보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 일부 PCB업체들은 앞으로 세계 반도체 패키지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보이는 마이크로BGA·웨이퍼스케일 패키지·MCM 등 CSP(Chip Scale Package)기판 기술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오는 9월부터 시장이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램버스 D램용 모듈 기판의 경우 국내 PCB업계가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기술을 요하고 있다.
우선 전자간섭으로 지칭되는 임피던스 문제가 현안으로 대두되고 있으며 기판의 볼 피치도 0.75㎜인 마이크로 BGA가 실장되기 때문에 홀구경이 기존 제품보다 훨씬 작아질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여기에다 이 램버스 D램용 모듈 기판의 홀수는 기존 양면 BGA기판의 홀수보다 무려 5배 많은 1㎡당 22만개에 달하고 있어 기판의 신뢰성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로 등장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국내 다층인쇄회로기판(MLB)업체들이 주력하고 있는 네트워크 시스템용 고다층 임피던스 보드 기술 고급화도 중요한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최근들어 인터넷 및 데이터통신 시장이 확대되면서 네트워크시스템용 고다층 임피던스 수요는 전세계적으로 크게 증가하고 있는데 이 임피던스 보드에서도 갈수록 적은 오차와 12∼16층의 고다층화를 요구하는 경향이 증대되고 있어 이 분야에 대한 국내 PCB업체의 대응이 시급하다는 게 세트업체의 지적이다.
<이희영기자 hy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