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들에게 「화제작」은 마음놓고 보여줄 수 있을까.
결론은 「아니다」라는 게 시민단체들의 주장이다. 극장에서 개봉된 작품이라고 해서 무턱대고 믿고 청소년들에게 보여주는 것은 위험천만이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들 문제작의 대부분이 청소년들이 볼 수 있는 등급이라는 데 있다. 사단법인 「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에 따르면 이들 「화제작」의 상당수가 폭력과 선정성에도 불구, 청소년들에게 그대로 보여지고 있다는 것이다.
청소년들에게 투영되는 화제작들의 문제점은 무엇일까. 최근 기윤이 모니터링한 「99 비디오 모니터 보고서」를 통해 살펴본다.
지난 4월 스타맥스가 출시한 「금지옥엽 2」는 가치관의 왜곡과 선정성을 그대로 보여준다. 혼전 성관계도 가능하다는 내용 뿐만 아니라 파티를 통해 갖는 성관계 장면은 청소년들에게 가치관의 혼란을 일으킨다. 영화의 시작부분에 나오는 엘리베이터 키스신 등도 충격적이다. 기윤은 이 영화에 대해 내용의 일관성도 없고 구성도 엉망인 반면 동성연애의 아름다움만을 강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제일제당이 선보인 「딥 임팩트」는 힘있고 가치있는 인간만이 재난 상황에서도 보호받을 수 있다는 극단의 상황을 강조하고 있는 영화로 꼽혔다. 관료에게 정보를 얻기 위해 「성적인 유혹」도 마다하지 않고 딸 앞에서 엄마가 흡연도 거침없이 해댄다. 야간운전자의 음주도 음료 마시듯 나온다. 피할 수 없는 재앙이라고 하지만 청소년들에게 무력감을 심어줄 수 있는 영화라고 기윤측은 지적했다.
세음미디어의 「007 네버다이」는 왜곡된 가치규범을 한껏 보여준다. 복잡한 불륜관계에 대해서도 「007」에는 면책특권이 부여되고, 배 위의 어부가 쇠고리로 무참히 살해되고 바다에 내던져진다. 군중을 향해 자동차가 질주하는 신은 무고한 인명희생에 대한 최소한의 부담도 안기지 않는다. 남성의 이상형이라기 보다는 여성들이 동경할 수 있는 왜곡된 남성상을 심어주는 영화라는 게 기윤의 지적이었다.
영성프로덕션의 「도신불패」는 폭력성과 가치규범을 파괴하는 영화로 꼽혔다. 이 비디오는 폭력을 미화하는 한편 자신에게 이익이 된다면 상대를 속이는 등 속임수를 써도 별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혹평했다. 여러 사람이 한 사람을 무자비하게 때리는 장면과 총알이 피를 튀기며 머리를 관통하는 장면 등은 폭력의 극단을 보여준 것이라고 기윤측은 말한다.
이 밖에 「식스데이 세븐 나잇」(브에나비스타)은 불필요한 노출 등 선정성으로, 「이완맥그리거의 인질」(20세기폭스)은 폭력과 선정성 그리고 사이코 드라마의 전형으로 꼽혔고, 「여고괴담」(스타맥스)과 「접속」(스타맥스)은 가치관의 왜곡과 혼전 성관계를 크게 미화하는 영화로 지적됐다.
기윤의 전종천 연구실장은 『청소년들이 볼 수 있는 등급의 비디오에 대해서는 심의등급에 있어 더욱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더 큰 문제는 청소년들이 볼 수 없는 성인 등급의 비디오가 청소년들에게 무차별적으로 대여되고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모인기자 inm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