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청이 최근 인텔의 슬롯형 중앙처리장치(CPU)에 4%의 관세를 적용하기로 한 데 이어 지난 97년과 98년 수입 물량에도 소급 적용하기로 해 관련업계에 초비상이 걸렸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대우통신·LG전자 등 컴퓨터 업체는 물론 삼테크·석영인텍 등 부품 유통업체들은 관세청이 최근 세계관세기구 결정을 근거로 이미 수입, 판매한 CPU에도 관세를 소급 추징하고 납기일 경과에 따른 가산금도 부과하기로 한다는 방침이 전해지자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관세청의 방침대로 관세를 소급 적용할 경우 업체에 따라 적게는 10억원에서 많게는 80억원의 추징 관세가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업계의 대응전략이 주목된다.
특히 CPU를 대량으로 구매하는 PC 업체에다 중견 PC 업체들까지 포함하면 관세 추징액은 250억원이 넘어설 것으로 보여 PC 제조업체는 물론 CPU 유통업계에 막대한 피해가 예상된다.
특히 PC 제조 대기업들도 문제지만 용산 등 전자상가에서 도매로 개당 1000∼5000원의 이윤을 남기고 판매한 대리점이나 수입상들은 2∼4%의 관세를 추징당할 경우 무더기 도산도 우려된다.
이와 관련해 PC제조 업체와 유통업체들은 『설령 세계관세기구가 슬롯형 CPU를 컴퓨터 부분품으로 분류했다고 하더라도 지난 97년 판매분에까지 소급 적용한다면 국내 전자산업을 크게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PC 제조업체의 한 관계자는 『세관이나 업체들이 품목분류 번호를 잘못 기재한 것이 원인이라면 관세청은 당시 어떤 형태로든 지도를 했어야 하며 지난해까지 아무런 제재가 없었다는 것은 정부가 이를 관행으로 받아들여 용인한다는 뜻 아니냐』며 『관세법에도 「품목분류와 관련해 새로운 해석이 내려질 경우 소급적용을 하지 아니한다」고 명시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관세청의 강태일 사무관은 『지난 97년까지 CPU는 수입원들이 세관에 자문을 구하지 않고 임의로 낮은 세율의 품목분류번호를 기재해 통관했으나 지난해 초 세관이 문제를 제기하면서 정확한 품목분류가 필요했다』고 밝히고 『세계관세기구의 결정에 따라 컴퓨터 부분품으로 분류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난해부터 여러 차례에 걸쳐 PC 제조업체들과 주요 대리점들과도 간담회를 통해 관세부과 방침을 통보했다』며 『HP 같은 외국계 기업은 이에 대처해 고세율로 관세를 부담하고 CPU를 통관했다』고 말했다.
한편 PC제조업체와 유통업체들은 펜티엄Ⅱ CPU가 출시된 지난 97년부터 지금까지의 CPU 수입실적을 파악하는 등 실태조사에 착수하는 한편 전자산업진흥회를 통해 공동 대응방안 마련에 착수했다.
<박영하기자 yh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