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기획-뉴스&밀레니엄> Focus.. "RE" 걸림돌 뭔가

 리버스엔지니어링(RE) 허용과 관련해 걸림돌로 지적될 수 있는 것들은 우선 국내적인 문제를 꼽을 수 있다. 가장 큰 문제는 RE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공론화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보기술업계는 물론 법조계에서도 일부 특정 그룹을 제외하고는 문제의 중요성이나 심각성 인식이 절대 부족한 편이다.

 더구나 RE가 프로그램 개발자들 사이에서는 관행화하다시피 한 상황이라는 점에서 문제의식 공론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 예로 유명 소프트웨어 업체의 개발 총책임자이기도 한 엔지니어는 『국내법상 RE 허용조항이 없는가』라고 되묻기도 했다. 다른 개발자 역시 『프로그램 개발이나 공부하는 과정에서 기존 제품을 분석하고 참고하는 일은 다반사인데 그럼 그것이 사실상 불법인가』라며 놀라움을 표시했을 정도다.

 관련 법조항 해석에서도 법조계 차원의 의견조율이 안돼 있기는 마찬가지다. 저작권법상 아이디어나 이론 등 사상, 감정 자체는 보호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굳이 명문규정을 두어 혼선을 가중할 수 있다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저작권법상 허용 여부는 극히 불투명하며 따라서 명문규정을 두는 것이 오히려 혼선을 피할 수 있는 확실한 방안이라는 의견도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공론화를 통한 의견수렴과 여론 형성의 필요성은 지난 95년 제4차 컴퓨터프로그램보호법 개정작업 과정을 살펴볼 때 더욱 절실해진다. 당시 개정실무 책임자였던 정보통신부 이재홍 서기관은 『미국측의 반대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RE조항 명문화를 위한 내부결집이 부족했다』며 아직도 절호의 기회가 무산된 데 아쉬움을 갖고 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RE조항 명문화에 가장 큰 걸림돌은 국내 정보기술분야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고 있는 미국계 다국적기업들의 반대. 미국 정부가 이를 대변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지난 95년 4차 개정과정에서 나타났듯이 미국계 기업들의 반대 입장은 분명하다. 그러나 미국의 반대입장에서는 모순이 발견된다. 그것은 자국의 판례 등을 통해 RE를 사실상 허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계 기업들도 자국내에서는 자사 제품의 RE를 허용하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고객과의 라이선스 공급계약 등에서 이를 명시적으로 금지하는 것이다. EU 역시 91년부터 제한규정과 함께 RE를 허용하고 있다. 결국 다국적 기업들은 본국에서는 허용해도 문제가 될 게 없지만 한국은 불법복제나 모방 등 악용의 소지가 높기 때문에 안된다는 논리다.

 그러나 이같은 악용의 소지를 막을 수 있는 상세한 제한규정까지 국내 전문가들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러한 점을 고려해 미국이나 EU에 못지 않은 제한규정을 반드시 포함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는 상황이다.

<김상범기자 sb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