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강력한 벤처기업 육성정책으로 벤처 붐이 조성되면서 벤처캐피털업계가 모처럼 활기를 찾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아직 벤처기업과 벤처캐피털이 서로 신뢰하지 못해 투자가 위축되는 「빈곤의 악순환」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김영준 벤처캐피털협회 회장을 만나 우리나라 벤처캐피털산업의 활성화 방안에 대해 들어봤다.
-벤처기업이 발전하기 위해선 벤처캐피털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벤처기업 육성을 위한 벤처캐피털의 주된 기능과 역할에 대해 말씀해주시죠.
▲금융기관으로부터의 차입에 의한 자금조달은 금융코스트가 높아 벤처기업 발전에 상당한 저해요인으로 작용합니다. 반면 벤처캐피털은 투자에 의한 금융지원 방식으로 금융코스트가 없고 자본투자 외에 경영·관리·마케팅 전반의 노하우까지 전수, 벤처기업의 질적 발전을 기할 수 있습니다. 또 기존 금융권은 중소기업 및 창업기업의 미래가치 평가에 의한 금융지원이 어려운 반면 벤처캐피털은 미래가치가 투자의 주요 포인트입니다.
-벤처캐피털의 중요성에 대해선 대다수가 공감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벤처캐피털이 제대로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는데 근본원인은 무엇입니까.
▲우선 외적으로는 벤처캐피털산업의 투자재원 조달과 투자 이후 투자자금의 적절한 회수채널이 미비한 데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습니다. 내적으로는 벤처기업들이 어느 정도 기반확보 후 치열한 기업가 정신이 퇴색, 벤처기업가로서 이미지를 훼손하고 기업 자체가 어려움을 당해 기업가 정신을 높이 사는 벤처캐피털로부터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벤처캐피털 역시 전문 심사능력과 가치창조(Value Creation) 능력이 부족해 벤처기업의 요구를 제대로 충족시켜주지 못해온 게 사실입니다.
-벤처캐피털 시장이 활성화되기 위해선 무엇보다 투자조합 결성이 활발해야 하는데 지난 몇 년간 투자조합 결성이 거의 없었습니다. 그 원인이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사실 97년 이후 투자조합 결성 실적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습니다. 이는 근본적으로 투자조합에 출자할 경우 세제혜택 등 제도적으로 미흡하고 투자조합의 수익이 낮은 데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정부가 주도적으로 공공펀드 조성을 확대하고 미국처럼 각종 연·기금의 투자조합 출자가 촉진되어야 합니다.
-최근 들어 국내에서도 외국 자본을 유치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등 벤처자본 시장도 빠르게 개방되고 있는 추세입니다. 선진 벤처캐피털에 대응하기 위한 국내 캐피털업계의 대응전략은.
▲국제화시대의 자본이동에 있어 경제적 국경은 없습니다. 선진화된 해외 벤처캐피털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하루빨리 국내 벤처캐피털산업을 선진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합니다. 이를 위해 우선 의사결정시스템의 선진화가 필요하며 벤처기업과의 동반자적 관계에서 윈윈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고 봅니다. 전문 벤처캐피털리스트 집중 육성도 시급한 것 중 하나죠.
-우리나라는 아직 벤처기업의 저변이 취약하고 특히 창업 붐 조성으로 장래성이 검증되지 않은 초보 벤처기업이 쏟아져 옥석을 가리기 쉽지 않을텐데요.
▲효율적인 벤처투자를 위해선 정확한 성공요인 분석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3P(People·Product·Plan)를 기준으로 경영자를 비롯한 주요 인력의 능력과 자질, 시장성·기술력·경쟁력을 갖춘 아이템, 비즈니스 계획의 치밀성과 발전계획의 타당성 등이 좋은 기업을 찾는 바로미터입니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