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벤처Ⅰ> 각광받는 코스닥

 실리콘밸리에서 주문형 반도체(ASIC) 설계용 라이브러리 개발을 전문으로 하는 벤처기업 아스펙테크놀로지. 한국인 신재풍씨가 지난 92년 설립한 이 회사는 지난해 미국 나스닥(NASDAQ)시장의 주식공개(IPO)를 통해 주당 1300달러씩 7800만달러라는 거금을 단숨에 거머쥐어 국내외에 화제를 모았다.

 지난 97년 기준으로 매출액 2200만달러, 종업원 160명에 불과한 조그만 벤처기업이 연간 매출액의 3배가 넘는 거금을 단번에 마련할 수 있었던 것은 분명 이 회사가 갖고 있는 잠재력과 「초미세 ASIC설계기술」이란 최첨단 기술력을 투자가들이 높게 평가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기업의 내재 가치를 충분히 평가해주고 그에 걸맞은 투자를 함으로써 「아메리칸 드림」을 실현하는 창구이자 세계의 수많은 벤처기업가들이 꿈과 희망을 가지고 연구개발에 매달릴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나스닥이란 벤처기업 전용 주식거래 시장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

 이처럼 미국 나스닥에선 매년 이름도 듣지 못한 벤처기업과 기업가들이 IPO를 통해 억만장자의 반열에 오르는 신화가 창조된다.

 나스닥은 비단 미국 벤처기업들뿐 아니라 전세계 수많은 벤처기업과 벤처기업가, 그리고 에인절과 벤처캐피털에게 엄청난 부를 동시에 안겨다 주는 꿈과 희망의 장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특히 나스닥에서 거둬들인 수익금은 회사 측과 자본가에게 돌아가 벤처기업에 재투자돼 결국 벤처기업의 저변이 늘어나는 선순환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도 많은 벤처기업인들로부터 코스닥(KOSDAQ)시장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맨몸으로 창업전선에 뛰어든 벤처기업이 에인절과 벤처캐피털의 측면 지원을 받아 험난한 무한경쟁에서 살아남고 IPO를 통해 성공신화를 창조할 수 있는 대표적인 창구가 바로 코스닥인 탓이다.

 실제로 미국이 벤처기업의 천국으로 불리며 벤처산업이 발전할 수 있었던 배경도 80년대 나스닥의 개장과 이의 활성화에 따른 직접금융시장의 발전에 힘입은 바 크다.

 특히 코스닥시장의 활성화는 투자회수가 늦어 벤처기업 투자를 꺼리는 벤처캐피털이나 에인절 투자가들의 조기회수를 가능케 하고 결국 재투자를 가속화해 전반적인 벤처기업 창업을 촉진하는 기폭제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더욱 강조되고 있다. 즉 「투자재원조성-투자-투자회수」라는 사이클이 원활하게 돌아가기 위해선 대표적 투자회수원인 코스닥시장의 활성화가 필수불가결하다는 얘기다.

 물론 최근들어 일반 증권거래소시장이 초호황을 지속하며 투자가들을 웃기고 울리고 있지만 고위험·고수익, 다산다사(多産多死)의 특성을 지닌 벤처기업의 주식거래시장의 역할을 수행하기엔 한계가 많고 벤처기업들이 까다로운 상장요건을 맞추기도 어렵다.

 따라서 벤처기업 전문가들은 코스닥을 거래소시장으로 가기 위한 전단계가 아닌 미국처럼 일반 주식시장과 차별화한 벤처기업 주식거래시장으로 확대 발전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현재 코스닥시장은 증권거래소시장에 비해 참여기업은 절반 정도에 달하지만 벤처기업들의 「코리안 드림」을 실현하기 위한 기능을 수행하기엔 크고 작은 문제점이 산적해 있다. 우선 거래 및 자금조달면에서 매우 취약하다.

 코스닥증권에 따르면 지난달말 현재 코스닥 주식의 시가총액은 13조3450억원으로 거래소시장의 6.3%에 불과하다.

 최근 코스닥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다고 하지만 하루 평균 거래량도 462만여주로 2%에 불과하며 거래대금도 1.3%인 292억여원에 그치고 있다.

 이름이 알려진 기업이 부족해 일반 투자가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등록요건이 경직돼 사업초기에 자본잠식이 불가피한 이동통신사업자 등 성장기업의 유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우량 코스닥기업이 증권거래소 상장요건을 충족하게 되면 코스닥시장을 이탈하고 있다. 실제로 거래소시장으로 이동한 89개 업체에는 한국을 대표할 만한 벤처기업들이 상당수 끼어 있다.

 코스닥은 또 벤처기업 중심의 첨단 주식시장이라는 이미지도 아직 부족하다. 특히 주식분산이 미흡해 거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기업이 전체 등록기업의 3분의2 이상을 차지해 이미지 제고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밖에도 등록기업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 지난해 많은 코스닥 벤처기업들의 부도로 투자가들의 피해가 속출, 투자자들의 관심을 다시 유도하는데 애로가 많다.

 정부는 이에 따라 코스닥시장의 활성화를 벤처기업 육성 정책과 결부시켜 운영주체인 코스닥 증권의 자본금을 대폭 늘리고 코스닥 등록요건 개선, 코스닥 등록법인 세제지원 등 다양한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특히 올해만도 750여개의 벤처기업을 적극 유치, 코스닥을 명실상부한 한국의 나스닥으로 변모시키기 위해 주력하고 있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