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벤처Ⅰ> 실리콘밸리의 한국계 벤처기업가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실리콘밸리는 아이디어 하나로 수십명의 백만장자를 탄생시킨 벤처기업가들의 꿈의 고향이다. 이들이 엮는 성공 스토리 중에는 우리나라 교포 및 유학생 출신으로 실리콘밸리에서 뛰어난 활약을 보이는 벤처기업도 상당수 포함돼 있다.

 아메리칸 드림을 실현한 제1세대는 이종문씨(72)를 꼽을 수 있다. 지난 70년 미국으로 건너간 그는 82년 컴퓨터 카드회사인 다이아몬드 컴퓨터시스템을 설립, 96년에 5억달러의 매출을 올릴 정도로 실리콘밸리에서 이름을 날렸다. 그가 돈방석에 앉을 수 있도록 해준 제품은 윈도 상에서도 화면이 빨리 돌아가는 그래픽카드.

 또 지난해 화제가 됐던 김종훈씨(38)도 미국 사회에서 억만장자로 통하는 대표적인 인물.

 75년 중학교 3학년 때 아버지를 따라 미국으로 건너간 그는 자신이 92년 설립한 유리시스템을 지난해 4월 세계적인 통신장비회사인 루슨트테크놀로지스사에 10억달러(당시 약 1조4000억원)에 매각, 통신업계의 빌 게이츠로 불릴 정도로 성공했다.

 당시 미국 경제 주간지 「포브스」가 선정한 400대 갑부 대열에 오르기도 한 그가 개발한 비동기전송방식(ATM) 통신기술은 인터넷을 비롯한 각종 유·무선 통신망의 전송속도를 최고 1.2Gbps의 초고속 수준으로 향상시켜 주는 차세대 네트워크.

 최근에는 통신기기 회사인 자일랜을 프랑스 최대 통신회사인 알카텔에 20억달러(2조4000억원)에 팔아 세계적인 거부대열에 오른 김윤종씨(50)도 화제의 인물에 속한다.

 기업용 컴퓨터를 연결하는 네트워크 스위치를 주로 생산하는 자일랜은 지난해 2억1000만달러의 수익을 올릴 정도로 주목받는 대표적인 벤처기업이다.

 특히 이들 기업은 나스닥을 통해 주가를 높이는 한편 M&A에 성공해 한국계 벤처기업의 이미지를 한층 높여놓았다. 이들의 뒤를 이어 실리콘밸리에서 한국계로 활약하는 벤처기업들도 많다.

 재미교포 1.5세대인 마이클 양과 유학생인 윤여걸씨가 공동 설립한 마이사이몬사와 박막트랜지스터 액정표시장치(TFT LCD)를 일반 네트워크 컴퓨터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칩을 개발한 실리콘이미지사를 비롯해 4, 5개사는 실리콘밸리에서 주목받는 벤처기업이다. 이들은 앞으로 2, 3년 후에는 나스닥을 통해 기업을 상장해 떼돈을 벌 가능성이 높은 업체다.

 우선 샌타클래라에 있는 마이사이먼사는 웹검색 로봇을 이용해 1200여개에 달하는 미국 유명 인터넷 쇼핑몰의 제품을 자세하게 비교한 후 가장 싸게 물건을 판매하는 사이트를 알려줘 지난해 4월 첫 선을 보이자마자 「뉴욕타임스」와 「월스트리트 저널」은 물론 「PC 매거진」 등으로부터 주목받는 벤처기업으로 소개된 바 있다.

 특히 마이사이먼사가 운영하는 홈페이지는 식·음료에서부터 의류, 컴퓨터와 소프트웨어 등 다양한 제품을 취급하고 있는데다 로봇이 「eBay」 「OnSale」 「Buy.com」 「800.com」에서 판매하고 있는 우수 제품을 불과 수초 안에 검색·비교한 후 고객의 요구조건에 가장 적합한 제품을 알려주기 때문에 접속자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이 회사는 최근 디즈니사로부터 2억달러에 회사를 매입하겠다는 M&A 제의를 받은 것을 비롯해 각종 투자제의도 많다는 설명이다.

 또 지난 95년 설립된 실리콘이미지사(회장 이대범)도 노트북 컴퓨터에 주로 사용하는 TFT LCD를 일반 네트워크 컴퓨터에서도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칩을 개발, 세계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기존 액정화면은 컴퓨터 본체와 1.5m 이내의 거리에서만 연결되는 것이 한계였다. 더 이상 거리가 떨어질 경우 전자파 장해가 일어나 영상이 제대로 전송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 회장이 이끄는 실리콘이미지에서는 컴퓨터로부터 최고 1500m 떨어진 곳에서도 깨끗한 화면을 볼 수 있는 칩을 개발했다. 앞으로 이 칩의 응용분야는 무궁무진하다.

 예를 들면 비행기 안에서도 컴퓨터 본체 1대에 10여 편의 영화를 저장해 놓고 이 칩을 이용해 각 좌석의 액정화면과 연결하면 일반석에서도 비디오(VOD)를 감상할 수 있게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밖에도 네티즌들의 소비성향을 조사·분석한 자료를 제공하는 디지털임팩트사(회장 윌리엄 박)와 인터넷 여행업체 1위인 아테보사 등도 앞으로 그 활약이 기대되는 회사들이다.

 특히 지난 97년 설립된 디지털임팩트사는 네티즌들이 「eToys」 「OnSale」 등의 홈페이지를 검색하는 패턴에서 그들의 소비성향을 추출, 이를 해당 전자상거래 회사에 제공하는 사업을 전개해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

 현재 이 회사로부터 컨설팅을 받고 있는 주요 고객만도 eToys 등 전자상거래 업체와 휴렛패커드·텍트로닉스 등 제조업체를 포함해 100여개사에 달하고 있다.

 또 지난 96년 한국 교포가 설립한 아테보사는 인터넷 가상공간에서 미국·중남미·유럽·아시아 등 세계 곳곳을 여행하는 데 필요한 항공사와 호텔예약은 물론 상세한 여행관련 정보까지 제공함으로써 불과 3년여 만에 인터넷 여행업체 1위로 올라섰다.

<서기선기자 kssu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