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12년 만에 50억달러의 매출을 달성하리라고는 어느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다. 단지 우리는 최선을 다했을 뿐이다.』
선마이크로시스템스의 창업자 스콧 맥닐리의 말처럼 벤처기업의 성공은 그 기업을 이끄는 사람조차 예상하지 못할 만큼 드라마틱한 경우가 많다. 어떤 사람은 이를 두고 「마술 같은 일」이라고까지 말한다.
그러나 전쟁을 방불케 하는 기업간의 경쟁에는 진정한 마술은 없다. 수많은 성공의 마술 뒤에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에 몰두한 뛰어난 인재들의 「최선」이 숨어있다. 성공을 기약할 수도 없고 월급이 많은 것도 아닌데 수많은 두뇌들이 안정된 직장과 높은 지위를 팽개치고 벤처산업에 뛰어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실리콘밸리의 벤처신화 이면에는 이미 오래 전부터 시행돼온 「스톡옵션」이라는 제도가 자리잡고 있다. 스톡옵션제란 임직원들에게 정해진 시점에 정해진 가격으로 일정한 양의 주식을 살 수 있도록 권리를 부여하는 것. 기업의 가치가 높아져 주가가 오르면 그만큼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지만 지금보다 주가가 내려간다면 한푼도 받을 수 없게 된다.
이 제도는 벤처기업들이 유능한 종업원을 확보하는 중요한 수단이 된다. 회사의 기여도에 대한 인센티브를 주므로 사원들이 주인의식을 가지고 결과적으로 회사와 주주들에게도 긍정적인 효과를 낼 수 있어 외국의 경우 많은 기업들이 이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이같은 장점을 받아들여 최근 스톡옵션 제도를 도입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야후코리아·아이네트 등 외국계 벤처기업들은 이미 해외 본사의 스톡옵션 제도를 그대로 도입해 시행하고 있으며 데이콤·한국컴퓨터·메디슨·골드뱅크·제일엔지니어링·퓨쳐시스템 등 국내 정보통신 기업들도 스톡옵션제를 시행하고 있다. 이외에도 한글과컴퓨터·비트컴퓨터 등 다른 코스닥 상장기업들도 조만간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스톡옵션 제도를 시행하기로 하고 구체적인 실무작업을 추진중이다.
스톡옵션은 회사가 성공할 경우 직원들에게 엄청난 이익을 가져다준다는 점에서 여간해서는 큰 돈을 만질 기회가 없는 월급쟁이들에게 새로운 꿈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야후코리아. 야후코리아 임직원들은 스톡옵션으로 받은 미국 야후의 주식이 천정부지로 치솟아 10억∼100억의 시세차익을 얻었다. 미국 PSI넷에 매각한 아이네트의 직원들 역시 지난해 10월, 일정 수의 주식을 매달 48분의 1씩 팔 수 있는 스톡옵션을 받았다. PSI넷의 주가가 최근 15달러에서 60달러 내외로 올라감에 따라 아이네트 직원들은 3배의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게 됐다.
국내 기업들 중에도 스톡옵션으로 목돈을 거머쥐는 사례가 늘고 있다. 올 3월 전 직원을 대상으로 스톡옵션 제도를 시행한 골드뱅크의 경우 3만3000원에 배당받은 주식이 10분의 1로 액면분할하면서 현재 3만원 내외에 거래되고 있다. 따라서 현재 주가가 그대로 유지될 경우 골드뱅크 직원들은 약 8배의 시세차익을 남길 수 있게 된다. 지난해 스톡옵션 제도를 시행한 메디슨 역시 1만2375원에 받은 스톡옵션 주식이 최근에는 1만5000원으로 뛰어 시세차익을 기대하고 있다.
스톡옵션 제도에 대해 임직원들의 만족도는 큰 편이다. 급여가 높고 여러 가지 복리후생제도가 갖춰진 대기업에 비해 벤처기업들은 큰 이점이 없지만 앞으로 회사가 성장할 경우 스톡옵션을 통해 더 많은 과실을 나눠가질 수 있으리란 기대감 때문이다.
『물론 일을 하는 데는 분위기나 성취감도 큰 역할을 하지요. 하지만 그 외의 보상이 없다면 더 이상의 열의를 이끌어내기 힘들 것 같아요. 대부분의 직원들이 늦게까지 남아서 일을 하는 데는 스톡옵션제의 시행이 큰 역할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후코리아 김경희 팀장의 말이다.
메디슨의 최설종씨도 『스톡옵션을 부여한 후 회사의 주가에 관심을 갖는 직원들이 늘어났다』며 『업무에 대한 열의는 물론 애사심도 높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직원들에게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는 스톡옵션이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 도입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제도적인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특히 대부분의 국내 기업들은 일부 임원이나 최고경영자에게만 스톡옵션을 부여, 직원들에게 인센티브를 주어 근로의욕을 고취한다는 스톡옵션의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전문가들은 스톡옵션의 운영 보완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비트컴퓨터의 한 관계자는 『주가가 안정적이지 못할 경우 직원들이 오히려 기대이익을 실현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지적하고 『직원들이 스톡옵션을 행사할 수 있는 시간을 단축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만하다』고 말한다. 외국의 경우 1년 이상이면 스톡옵션의 일정부분을 팔 수 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최소 3년이 지나야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직원들에게 실질적인 인센티브로 작용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외에 내부 자료를 주식거래에 이용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 팔 수 있는 기간을 제한하거나 스톡옵션 부여 가격을 자유롭게 정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스톡옵션 본래의 취지를 살리면서 벤처기업들이 이 제도를 십분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의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장윤옥기자 yo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