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대규 휴맥스 사장
경영관리의 기본은 「계획→실행→평가」이다. 하지만 이 기본을 제대로 이행하는 한국 회사는 별로 없는 것 같다. 대충 계획하고 용감하게 실행하고 결과를 제대로 평가하지 않고 다시 대강 계획을 세워온 것이 수십년간 우리 몸에 배어온 일반적인 관례다.
얼마 전까지는 이렇게 하더라도 근근이 먹고 살 수 있었다. 하지만 IMF 이후 생산성을 향상하지 않고 용감하게 실행하는 것만으로는 먹고 살기 힘든 고임금 시대가 되어버렸다.
그래서 일부 기업에선 조직원들이 업무를 제대로 추진했는지를 평가하고 이에 따른 성과급 및 연봉제를 도입해 생산성 향상에 나서려고 애쓰고 있다.
하지만 새로운 변화를 받아들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제대로 된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먼저 변화의 필요성을 이해하고 공감해야 한다. 단지 평가 및 연봉제의 목적이 급여를 줄이기 위한 수단이거나 혹은 그럴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한, 변화는 공염불이고 갈등만 남게 될 것이다.
변화를 위한 세부적인 대안 마련은 우리 스스로에 대한 이해에서 출발해야 한다.
어찌 보면 우리는 유독 평등의식이 강하고 나보다 나은 평가를 받는 다른 이를 인정하기 싫어하는 심성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이는 평가제도나 연봉제가 우리 기업에 정착되는 데 어려움이 많다는 것을 시사한다. 그렇다고 치열해지는 경쟁사회에서 평가제도나 연봉제를 도입하지 않을 수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올바른 평가제도나 연봉제를 도입하는 데 있어서는 더욱 객관적이고 정교한 평가수단이 필요하며, 나아가 평가결과를 어떤 방식으로 연봉이나 성과급에 반영할 것인지를 심사숙고해 결정해야 한다.
그러면 어떻게 하면 올바른 평가제도나 이를 근간으로 연봉제를 도입할 수 있는지 알아보자. 먼저 평가수단과 관련된 측면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한국 기업내에서의 개인직무는 명확히 구분되어 있지 않은 것이 일반적이다. 때문에 여러 사람들이 비체계적으로 연관되어 있어 특정한 업무를 하는 개인을 독립적으로 평가하기란 쉽지 않다. 따라서 객관적인 평가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먼저 회사의 모든 업무를 체계적으로 정의하고, 업무를 처리하기 위한 절차를 만들어야 하며 개인의 직무를 정확히 기술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 그 직무에 대한 가치를 부여한 뒤 특정 개인에게 정확히 정의된 직무를 할당하는 것도 올바른 평가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있어 없어서는 안될 요소다.
이것은 평가수단을 마련하는 데 기본사항일 뿐만 아니라 「남들 하는 정도만 하지」라고 생각하는 평범한 조직원들을 「조직에서 정말 필요한」 전문가로 만드는 데 큰 기여를 할 수 있다. 물론 처음부터 평가시스템을 완벽하게 만든다는 것은 힘든 일이다. 평가시스템이나 연봉제의 완성도가 높아지고 정착되려면 제법 많은 시간이 필요하고 그 기간에 갈등이 있을 수 있지만 그래도 현재의 상황을 이해하고 미흡한 제도라도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올바른 방향으로 개선한다면 결실을 얻을 수 있지 않겠는가.
다음은 평가결과의 운용 측면에 대해 살펴보겠다. 원론적으로 기업은 얼마나 많은 이윤을 남기냐에 따라 조직원들의 연봉이나 성과급이 돌아가게 된다. 즉 조직원들의 연봉이나 성과급의 총액은 주주 가치를 극대화시킨다는 전제하에 회사의 성과 및 생산성 향상과 연동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치열해지고 있는 기업 경쟁환경에서 경쟁력의 유지를 위한 대안을 설명해줄 수 있는 가장 현실성 있는 방안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매년 각 직무에 대한 가치 및 기준 연봉을 별도로 만들고 이전 해에 창출된 회사 전체의 성과 및 생산성 향상의 범위에서 급여인상 총액을 결정해야 한다.
또 이 총액이 개인의 성과 및 능력에 따라 개인별로 기준 연봉에서 조정, 지급되어야 한다. 물론 한국적인 상황을 고려할 때 성과급의 개인차가 지나치게 크면 불만의 요소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각별한 고려도 필요하다. 그렇지만 경영자나 조직원들 모두 시간이 지나면 자연히 급여액수가 증가되는 것이 아니라 생산성이 향상되어야만 급여가 증가한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연봉의 개인차는 조직원들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고 급기야 협력해야 할 동료를 경쟁상대로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각 개인이 이 문제를 훌륭하게 소화해내지 않으면 갈등의 불씨로 남게 된다. 따라서 파이(Pie)를 키워 함께 득을 보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하며, 연봉을 남과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정한 목표와 자기가 해낸 결실로 비교하는 자세를 갖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리 모두는 안정적인 보수나 생활을 원하지만 불행히도 이 사회는 이미 급격한 변화의 와중에 들어와 있다.
누군가 현명한 사람은 살아남기 위해 떠나온 항구를 쳐다보는 것이 아니라 다가오는 파도를 바라본다고 했다. 우리가 겪고 있는 빠른 변화는 다가오는 파도라 할 수 있다. 개인과 회사가 모두 살아남기 위해서 우리가 할 일은 자명하다.
갈등하고 화해하면서 함께 앞으로 나가는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