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음반 등 일본 대중문화 상품, 한국서 큰 재미 못봤다

 정부가 일본 대중문화에 대한 순차적 개방을 표방한 가운데 지난해부터 일본의 만화·영화·음반 등 대중문화 상품이 속속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앞으로 국내 문화산업에 미칠 영향에 대해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러나 최근 일본의 영화, 음반 등 대중문화 상품을 들여오기 위해 직접 시도했던 업체들은 한결같이 정부의 개방 발표와는 달리 제도적 장벽이 너무 많아 큰 어려움을 겪었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일본대중문화 개방 1호로까지 부각돼 주목을 받았던 「하나비」를 비롯, 「가케무샤」 「우나기」 등 외국 유명 영화제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은 일본영화들이 속속 개봉됐지만 기대만큼 흥행에서는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이에 대해 영화계 일부에서는 『금기된 것에 대한 호기심에서 초기에는 큰 관심을 모을지는 모르지만 결국 일본영화가 국내 관객의 기호에 맞지 않는 것 아니냐』는 조심스런 평가를 내놓고 있지만 정작 영화를 수입, 배급했던 해당업체들은 다른 이유를 대고 있다.

 「우나기」의 수입·배급을 맡았던 JN엔터테인먼트는 『일본영화는 사전심의 기간이 너무 길고 복잡할 뿐만 아니라 가장 중요한 마케팅에 큰 제약을 받아 다른 영화와 제대로 된 경쟁을 해보지 못했다』고 밝히고 있다.

 실제로 JN엔터테인먼트는 TV방영을 위해 제작했던 CF가 사전심의에서 방영불가 판정을 받으면서 홍보에 큰 차질을 빚기도 했다. 이같은 상황은 음반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한국BMG는 최근 일본그룹 「SENS」의 TV다큐멘터리용 오리지널사운드트랙 앨범을 수입하면서 일본말로 된 보컬은 모두 삭제하는 등 재작업을 진행했지만 TV와 라디오 광고는 불가판정을 받았다.

 또 20여년전 해금앨범의 복각으로 주목을 받았던 한대수씨의 「고무신」은 일본 후쿠오카에서 공연한 라이브곡들을 함께 수록, 홍보용 음반을 500여장 찍어냈으나 이 중 한대수씨가 일본말로 부른 노래가 한 곡 포함돼 있다는 것을 뒤늦게 안 도레미레코드측이 문제가 될 것을 염려, 모두 수거해 삭제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도레미레코드의 한 관계자는 『한국인이라 해도 일본말로 노래를 불러 음반에 담는 것을 공연예술진흥협의회에서 제재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전체 음반 판매에 피해가 될까봐 미리 자진 삭제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일본 대중문화의 개방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각종 관련 제도의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과 『국내 문화산업 보호를 위해서는 제도적 제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어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과의 문화교류가 얼마나 빨리 「선언적 의미」를 넘어설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