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벤처Ⅱ> 어떤 기업들이 벤처인가

 정부중심의 벤처기업 정책을 운영하는 우리나라 벤처기업 개념은 외국과는 다르다. 뛰어난 기술력, 선도적인 제품으로 틈새시장을 공략한다든지, 벤처캐피털이 투자한 업체라는 외국의 벤처기업 개념과는 분명 다르다.

 우리나라 벤처기업은 벤처캐피털 투자기업, 연구개발 투자기업, 신기술 개발기업, 우수창업기업으로 구분되며 지난 4월 말 현재 총 2901개 기업이 벤처기업으로 등록돼 있다.

 이 가운데 가장 많은 벤처기업 유형은 신기술개발 기업이다. 특허·실용신안이나 정부지원 신기술과 외국에서 도입한 고도기술에 의한 매출액이 총 매출액의 50%, 수출이 25%에 해당하는 기업이 그 대상이다. 이 분야의 벤처기업 수는 전체 벤처기업의 41%에 해당하는 1147개에 이른다. 해당기업들은 이미 지적재산권을 확보한 만큼 기술력이 뛰어나다는 것을 인정받은 상황이다.

 다음으로는 연구개발비가 총 매출액의 5% 이상인 연구개발 투자기업으로 886개(29%)에 달한다. 연구개발 투자기업으로 규정된 벤처기업들은 SI업체나 연구원 출신 창업기업이 많다. 규모는 작으나 앞으로 시장 진입을 노리며 신제품 개발에 충실한 기업이 대부분이다. 아직 기술력이나 상업성은 인정받지 못했으나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것을 입증한 기업들이다.

 세번째는 벤처캐피털 투자기업이다. 창투사, 신기술금융사로부터 총 주식의 10% 이상을 투자받은 기업과 전환사채를 포함할 경우 총 주식의 20% 이상을 투자받은 기업이 여기에 해당된다. 전체 벤처기업 가운데 20%에 해당하는 567개 기업이다. 벤처캐피털 투자기업들은 투자사로부터 기술성·사업성·재정 부문에 대해 이미 검증을 거쳤다는 의미에서 벤처기업으로 인정된다.

 이밖에 최근 신설된 우수창업기업도 벤처기업 대상에 포함된다. 전체의 10%에 해당하는 301개 기업으로 정부나 산하기관 평가에서 기술성, 사업성이 우수하다고 인증을 받은 업체들이다.

 특히 창업중이거나 자체 개발한 기술을 보유한 중소기업, 특허기술기업 또는 신기술 개업중 벤처기업확인 기준에 미달한 기업도 여기에 들어 있다.

 전체 2901개 벤처기업의 총 매출액은 97년 현재 64조5270억원이다. 매출증가액은 21.9%, 매출영업이익률은 19.4%, 자기자본비율은 29.5%, 연구개발 투자비율은 24.1%로 일반기업에 비해 현격히 높다. 특히 일반기업 9만1324개 업체의 97년 총매출액이 201조4640억원인 데 비해 30분의 1에 불과한 벤처기업들은 일반기업 총 매출액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매출실적을 올리고 있다.

 벤처기업 업종별 유형을 살펴보면 전자·정보 부문이 891개사(31%)로 가장 많다. 기계·금속부문이 854개사(29.3%)로 그 뒤를 잇고 있으며 전기·가전 부문 442개 업체(15.2%), 섬유·화학 부문 365개 업체(12.6%), 의료·정밀 부문 189개 업체(6.5%), 기타 160개 업체(5.5%) 순으로 나타나 있다.

 벤처기업의 지역별 분포로는 서울이 1032개(35.6%), 경기 638개(22.0%), 인천 250개(8.6%)로 수도권 집중현상이 심하다. 이어 부산·울산이 225개(7.8%), 대구·경북이 191개(6.6%), 대전·충남이 176개(6.1%), 경남이 146개(5.0%)의 순이다.

 이밖에 충북 95개(3.3%), 광주·전남 59개(2.0%), 전북 56개(1.9%), 강원 30개(1.0%), 제주 3개(0.1%)로 나타났다. 이처럼 수도권 밀집현상이 두드러진 것은 기업들이 마케팅이 수월한 수도권을 선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대전·충남지역의 벤처기업 약진이 두드러진 것은 연구단지 중심으로 연구원 창업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벤처기업의 설립연도는 92년 이전 설립한 업체가 1390개로 가장 많고 93∼95년에 795개, 96∼97년에 설립한 기업이 380개, 나머지 336개 기업이 98년 이후 설립됐다. 지난해 이후 설립된 기업이 11.6%에 달한다. 자본금 규모는 평균 12억원이며 50억원 이상 업체가 113개, 10억∼50억원이 424개, 5억∼10억원 미만이 480개, 1억∼5억원 미만이 1132개, 1억원 미만 업체가 418개로 분석됐다.

 매출액 규모는 5억원에서 10억원 미만의 업체가 969개 업체로 가장 많고 10억원에서 50억원 사이의 업체가 888개 업체, 100억원 이상의 매출실적을 올린 업체가 435개, 5억미만의 영세업체가 281개로 나타났다.

 경영자 출신성분으로는 중소기업 출신이 1413명(48.7%)으로 가장 많았으며 대기업 출신 931명(32.1%), 연구원 출신 264명(9.1%), 대학교수 출신 58명(2.0%)으로 드러나 중소기업에서 분사형태로 창업한 경우가 많은 것으로 밝혀졌다.

 경영자의 연령으로는 평균 43.7세로 40대가 1245명, 30대가 630명, 50대가 798명, 60대 이상이 203명, 20대가 25명으로 30, 40대 경영자가 다수를 차지했다.

<대전=김상룡기자 sr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