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취미> 채소가꾸기-와우북 황인석 사장

 경기도 양주군의 한 농장. 물길을 따라 그림 같은 카페촌이 늘어선 기산 저수지가 멀지 않은 곳이다. 갖가지 무공해 채소들이 1000평 남짓한 땅에서 싱싱하게 자라고 있다.

 해가 저물녘 하늘에선 까치와 까마귀가 높이 날며 공중전을 벌인다. 이제 조금만 기다리면 먹을 게 지천일 농장을 차지하기 위해 새들도 영토싸움을 하는 것. 6월이면 강낭콩·완두콩·가지·부추·양파·호박이 쑥쑥 자라고 여름이 익어가면서 토마토며 참외·옥수수가 주렁주렁 매달린다. 날씨가 선선해지면 감자·고구마에 맛이 들고 겨울엔 무·당근·배추가 탐스럽다.

 인터넷 서점 와우북의 황인석 사장(41)은 이런 풍경을 눈에 담고 자연에 파묻히고 싶어 주말이면 아이들과 함께 농장을 찾는다.

 『아버님이 3년 전부터 농장을 돌보고 계시죠. 처음엔 사람들에게 분양도 해줬지만 지금은 이웃, 친지들끼리 그냥 취미 삼아 채소를 기르고 있습니다. 이곳에 오면 제일 신나는 건 아이들이죠.』

 채소를 가꾸며 한차례 땀을 흘리고 나서 자리를 깔고 앉아 먹는 점심도 이 농장을 자주 찾게 되는 이유 중 하나다. 삼겹살만 준비해 오면 농장에서 거둬들인 채소 가지고도 상이 그득해진다. 무공해 상추에 삼겹살을 싸고 농장에서 딴 매운 청양고추에 아내가 담근 고추장을 곁들여 먹으면 진수성찬이 부럽지 않다.

 이곳 농장에서 생겨난 에피소드도 많다. 언젠가는 황 사장이 경운기를 몰고 가다가 허리를 심하게 다친 적이 있다. 경운기쯤이야 하고 덥석 운전대를 잡았는데 그만 개울로 빠져버린 것. 덕분에 6개월 동안이나 고생을 했다.

 농장은 서점 직원들과 함께 언제든 찾아올 수 있는 쉼터로도 좋다. 이웃들과 채소를 나눠 먹으면 정도 깊어진다. 황 사장은 언젠가 인터넷을 이용해 주말농장을 분양할 계획이다. 유기농법으로 생산한 채소들을 판매하고 농사정보도 제공하는 사이트를 만드는 것이다. 큰돈을 들이지 않고도 재미있게 해볼만한 일이 바로 인터넷농장이라는 게 황 사장의 생각이다.

 『도시생활이 따분하고 숨막힐 땐 맑은 공기를 마시며 건강하게 땀흘릴 수 있는 주말농장을 찾아가 보세요. 활기를 되찾을 수 있을 겁니다.』

 황 사장이 권하는 건강법이다.

<이선기기자 sk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