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형 그래픽카드 시장에 "휘트니 칩세트" 돌풍

 인텔이 저가형 PC시장을 겨냥해 내놓은 i810(휘트니) 칩세트가 그래픽카드 시장에 적지 않은 타격을 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인텔이 이번에 내놓은 i810 칩세트가 I/O 컨트롤이나 메모리 컨트롤을 지원하는 기능 외에 3차원 그래픽까지 처리할 수 있는 기능을 탑재하고 있기 때문. 따라서 이 칩세트를 탑재한 보드는 별도의 그래픽카드를 장착하지 않고도 3차원 게임 등을 할 수 있다.

 특히 이 칩세트의 그래픽 기능은 허브 액셀러레이터라는 독특한 구조를 채택하고 있어 단순히 기존 그래픽카드와 비교할 수는 없지만 성능면에서 8MB의 비디오 램을 채택한 새비지 3D나 리바 TNT와 같은 3D전문 그래픽 칩세트의 성능을 약간 상회하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다.

 이밖에 이 칩세트는 울트라 ATA66 하드디스크와 6개의 PCI 슬롯을 지원하며 AC97 표준모뎀 및 사운드 지원 기능 등 혁신적인 기능들을 갖추고 있다. 무엇보다 i810 칩세트는 국내 저가 3D 그래픽카드 시장을 대부분 점유했던 인텔의 i740 그래픽 칩을 한단계 발전시켜 처리능력을 고속화했다는 점에서 앞으로 그래픽카드 시장에 적지 않은 변수로 작용할 것이 확실하다.

 따라서 국내 주요 그래픽카드 업체들은 다음달 휘트니 칩세트를 채택한 메인보드가 출시되면 그래픽카드 시장의 60%를 차지하고 있는 저가형 제품 수요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하는 한편, 올 4·4분기경에는 저가형 그래픽카드 업체들이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 칩세트의 등장으로 가장 큰 변화가 예상되는 분야는 기업용 PC. 휘트니 칩세트는 인텔이 미국과 유럽에서 강력한 경쟁자로 떠오르고 있는 AMD CPU를 채택한 저가형 기업용 PC를 겨냥한 것이다. 이러한 전략적 목표로 인텔은 그래픽 기능을 내장하고도 기존 BX 칩세트나 ZX 칩세트와 같거나 오히려 더 낮은 가격에 i810 칩세트를 공급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해외에서는 올 하반기 휘트니 칩세트를 채택하고 인텔 CPU를 장착한 500달러 이하의 PC가 등장해 인기를 모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시장구조가 이들 나라와는 달리 소비자들이 대기업 브랜드를 선호하는 등의 이유로 아직 저가형 기업용 PC시장이 형성되지 않고 있어 상황은 다소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삼보컴퓨터 등 대부분의 기업 PC업체들도 오는 7∼8월경 휘트니 칩세트를 채택한 PC를 내놓을 예정이어서 OEM 그래픽카드 시장부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해외에서는 주로 500달러 이하의 저가형 PC에 채택될 것으로 보이지만 국내에서는 기존 저가형이 100만원대 이상은 유지할 것으로 보여 시장의 반응에는 다소의 차이가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이렇게 될 경우 국내 그래픽카드 시장은 저가형은 휘트니 칩세트에 의해 대부분 평정되고 비교적 고가의 3D 그래픽카드와 전문용 그래픽카드만 살아남을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러한 구도가 그동안 대만제 저가형 VGA카드에 밀려 자생력을 잃었던 국내 그래픽카드 업계가 다시 입지를 세울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이것은 지난해 저가형 3D 그래픽카드 시장을 평정했던 인텔의 i740 기반 그래픽카드들 대부분이 대만산 저가형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i740카드가 기업 PC뿐 아니라 용산 중심의 조립시장에도 큰 호응을 얻게 됨에 따라 수입업체들간 치열한 가격경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일단 휘트니 칩세트가 이같은 기존 저가형 시장을 대부분 대체하게 되면 이같은 혼탁한 대만산 저가형 카드들은 대부분 자취를 감추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국내 그래픽카드 업체들은 중·고가형 시장부터는 사용자들이 색감과 성능을 중요시하는 경향이 강하고 드라이버 업데이트 등 생산업체의 지속적인 지원도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기 때문에 국내 생산업체들의 시장 장악이 보다 수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제이스텍·시그마컴·가산전자·슈퍼마이크로시스템 등 국내 주요 그래픽카드 생산업체들은 오는 6월 초 휘트니 칩세트의 출시를 기해 리바 TNT 반타 16·32MB 제품과 새비지 4 32MB 제품 등 10만원대의 중·고가형 그래픽카드로 중·고가PC 시장을 집중 공략한다는 전략을 세워 놓고 있어 주목된다.

<구정회기자 jhk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