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 "물량 경쟁"

 세계 4위의 D램 생산업체인 NEC사가 최근 대대적인 D램 생산량 확대 계획을 발표한 것을 계기로 지난해 말 이후 점차 안정세를 찾고 있는 D램 시장이 전면적인 물량 경쟁체제로 전환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와 현대전자,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사 등 메이저 업체들도 생산량 확대 경쟁에 적극 가세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세계 D램 시장 경쟁은 당분간 4대 메이저간의 생존을 담보로 한 치열한 힘겨루기 양상으로 전개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 반도체 분야의 일부 시장조사업체들도 올해 하반기부터 D램의 공급부족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는 당초 예측을 수정, 공급과잉이 지속되면서 지난 3년간 D램 업체들을 짓눌러온 가격하락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경고하고 있다.

 NEC는 2000년 상반기까지 영국 등에 300억∼400억엔을 투자해 64MD램 생산량을 지금의 2.5배인 월 3000만개까지 늘리기로 했다고 최근 발표, D램 업체들간의 물량경쟁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이번 NEC의 D램 생산량 확대 계획은 세계시장이 삼성전자·현대전자·마이크론테크놀로지 등 소수 메이저 업체들에 의해 급속히 과점화되고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분석된다.

 특히 3년간의 혹독한 불황을 겪으면서 일본의 대다수 D램 업체들이 사업 자체를 포기하거나 생산량을 급속히 줄이는 등 D램 시장에서 일본 업체의 입지가 크게 좁아지고 있다는 사실도 D램 사업에 대대적인 투자를 감행하게 된 배경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최근 수년간 삼성전자의 독주가 계속되고 있는데다 마이크론사의 텍사스인스트루먼츠 D램 부문 인수, 현대전자의 LG반도체 인수 등 D램 업체의 대형화가 급진전되고 있는 것도 NEC를 자극한 요인으로 풀이된다.

 이같은 NEC 측의 공격적인 투자에 삼성전자·현대전자·마이크론사 등도 적극적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세계 1위의 D램 업체인 삼성전자는 신규라인 증설 등을 통해 생산량 확대를 추진하고 있고, 마이크론사는 연말까지 64MD램 기준으로 월 5000만∼6000만개 수준까지 생산량을 늘릴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현대전자도 LG반도체 인수작업이 끝나고 라인정비가 마무리되는 연말경이면 생산량이 세계 최고 수준으로 올라서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결국 3년간 공급과잉에 따른 가격하락의 여파로 혹독한 구조조정을 겪은 세계 D램 시장은 4대 메이저 업체들간의 물량경쟁이라는 또 한차례의 험난한 조정기를 거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최승철기자 scchoi@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