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포커스> 삼성전자 리빙사업부장 맹윤재 이사

 삼성전자는 최근 내년까지 전자레인지 연간생산량을 1000만대 이상으로 끌어올려 일본의 샤프를 따돌리고 세계 1위 업체로 올라서겠다는 전략을 발표, 관련업계의 주목을 끌고 있다. 이같은 야심찬 사업전략을 세우고 전자레인지를 세계 1등 상품으로 끌어 올리는데 앞장서고 있는 주인공은 리빙사업본부의 맹윤재 이사이다.

 『디지털시대라고 해서 아날로그 제품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단지 시장환경이 달라지기 때문에 아날로그제품도 달라지는 시장환경에 적절히 대응만 한다면 탄탄한 수익을 올릴 수 있습니다.』

 맹 사업본부장은 지난해에 삼성전자 20개 사업부(GPM)중에서 반도체·휴대전화에 이어 세번째로 많은 수익을 창출해 백색가전이 한계사업이라는 인식을 불식시켰다.

 『디지털 제품은 성장성이 좋은 반면 위험도도 높습니다. 그러나 아날로그 제품은 비록 성장성이 뒤떨어지지만 안정적이기 때문에 여기에 디지털경영방식을 도입하면 안정적이면서도 높은 수익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지난해 사내 경영혁신대상을 차지할 정도로 삼성전자내에서 발빠른 경영혁신의 선두주자로 평가받고 있는 맹 이사는 사무실이 없다. 경영지원팀이 일하는 공간의 한 켠에 덩그러니 책상만 놓여있을 뿐이다.

 그는 별도의 사무실도, 책상에 앉아 있는 시간도 별로없는 대신 현장이 곧 사무실인 셈이다.

 『원가절감이나 생산성향상은 이제 기본입니다. 아날로그시대에는 제품력이나 기술력이 곧 판매력으로 이어지지만 디지털시대에는 그렇지 않습니다. 마케팅력이 판매를 좌우합니다.』

 잘팔리는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신조를 경영의 제1원칙으로 삼고 있는 그는 세계 곳곳의 지역법인 직원이나 바이어들을 거의 다 만나봤을 정도로 고객들과의 만남을 중시한다.

 『2년전인가 우리 스스로 팔리지 않을 것이라는 전자레인지를 조지루시사가 일본시장에서 절찬리에 판적이 있었습니다. 우리는 그 제품이 색깔도 좋지않고 덩치가 너무 커 소비자들이 외면할 것이라 지레 판단했지만 조지루시사는 그 색상이 일본인들이 매우 좋아하는 것이며 넉넉해서 좋다고 호평했지요. 그때 저는 상품을 만드는 사람은 우리지만 판단하는 것은 소비자들이라는 걸 절감했습니다.』

 맹 이사는 작은 체구에도 불구하고 모든 일을 신속하게 결정하고 과감하게 실천에 옮겨 직원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로 강단있는 인물이다.

 『신중하지 못하다는 말을 들을지는 몰라도 평소에 소비자나 직원들의 목소리를 경청해두기 때문에 가능하다』며 『신속한 의사결정이야말로 디지털시대 경영자가 갖춰야 할 덕목중의 하나』라며 멋쩍게 웃는다.

 그의 현장중시의 경영철학과 신속한 의사결정 및 실천력이 고수익 창출의 원동력이자 세계 1위를 넘볼 수 있는 경쟁력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는 게 리빙사업부 사람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그는 『정보가전에 비해 성장성이 뒤떨어진다는 이유만으로 돈을 벌어들일 수 있는 백색가전사업을 쉽사리 포기해서는 안된다』며 『백색가전이야말로 여전히 안정적인 수익의 원천이며 정보가전의 투자밑천』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전자레인지로 세계시장을 평정해 삼성전자 브랜드를 초일류 브랜드로 올려놓는 게 자신의 소임』이라고 강조하는 맹 이사는 『현장이 곧 마케팅이다』는 말을 남긴 채 또다시 현장으로 달려간다.

<유성호기자 sunghy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