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벤처에 대한 관심이 범국민적으로 확산되고 있으나 벤처에 대한 개념이 모호한 것 같다. 우리나라의 벤처기업에 대한 개념은 다분히 법적으로 한정되어 있다. 예를 들어 자본은 얼마이며 어떤 신제품을 개발해야 한다는 등 정부 측 가이드라인이 있다. 그러나 기간은 설정되어 있지 않다. 10년이 지나도, 20년이 지나도 한번 벤처면 영원한 벤처로 남는 것이다.
일부 외국인들은 우리의 이러한 벤처 개념에 깜짝 놀라곤 한다. 그네들은 벤처기업은 다분히 신생기업을 의미한다고 알고 있다. 새로운 기업,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신생기업을 그들은 벤처와 같은 의미로 해석하고 있다. 따라서 기간도 아무리 길어야 2∼3년 정도면 족하다. 창립 후 5년이 지나고 덩치도 이제는 웬만한 대기업을 능가할 만큼 커진 기업이 여전히 벤처 울타리에 남아 있는 경우는 거의 없다. 벤처가 변신하지 못하면 해당 기업 자체로나 국가적으로나 이로울 것이 없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정부에 대한 벤처기업의 의식에서도 큰 차이가 나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벤처기업인 유리시스템스를 창립하고 최근 루슨트에 매각한 바 있는 김종훈 루슨트테크놀로지스 데이터캐리어 부문 사장이 최근 방한해 벤처기업에 대한 정부의 역할을 매우 부정적으로 언급한 바 있다.
김 사장은 『정부는 절대로 아이디어가 없다. 실제로 정부가 지원해 줄 것이란 많지 않으며 벤처기업 스스로 다 해내야 한다. 다만 정부는 사회적인 간접지원 시스템 부문에서 역할을 찾아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모든 일은 벤처기업가 스스로 자신의 의지와 아이디어로 역경을 헤쳐 나가야 하며 이것이 바로 진정한 의미의 벤처기업이라는 것이다.
최근 벤처를 가장해 정부기금을 갈취하는 사기사건이 빈번해지는 것도 따지고 보면 이러한 정부 주도의 벤처 육성 탓이다. 우리가 바라는 벤처를 통한 경제 활성화가 당초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지금이라도 진정한 벤처의 개념을 다시 정립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