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만종의 도서 데이터베이스를 보유하고 있는 세계 최대의 인터넷 서점 아마존(http://www.amazon.com). 최근 약세의 주가에도 불구하고 세계 책시장의 판도를 바꿔놓았다는 평가만큼은 변함이 없다. 어떤 사람들은 이제 아마존하면 「세계에서 가장 큰 강」이 아니라 「세계에서 가장 큰 서점」을 먼저 떠올릴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같은 아마존의 성공요인으로 전문가들은 적극적인 고객 정보의 활용을 꼽는다. 아마존 제프 베조스 회장은 『고객이 경쟁사인 반스앤노블에 주는 것은 현금뿐이지만 아마존에는 신용카드 번호와 정보를 준다』고 말한다.
이용자는 아마존에 방문할 때마다 자신의 이름이 들어간 환영메시지를 보며 만족해 한다. 또 바하에 관심있는 사람에겐 고전음악에 관한 도서목록을, 전자상거래 종사자에게는 컴퓨터와 정보통신에 관한 정보를 제공한다. 굳이 아마존에 접속하지 않더라도 전자우편을 통해 필요한 책의 추천목록을 받아볼 수 있고 중요한 기념일에는 어김없이 인터넷으로 축하카드가 날아온다. 고객의 정보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덕분에 아마존은 최고의 인터넷회사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고객과 손을 잡아라.」
아마존을 비롯, 최근 인터넷 비즈니스로 성공한 기업들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다. 인터넷 시대의 「고객」이란 어떻게든 꼬드겨서 물건을 팔아야 하는 대상이 아니다. 일본의 유톨 매장에서처럼 허리를 90도로 숙이고 무조건 「예」라고 대답해야 하는 「왕」이라고 생각해서도 안된다.
인터넷시대에 성공하는 기업이 되려면 마치 이웃에 있는 친구처럼 고객과 가까워져야 한다. 이제는 상품기획에서부터 생산과 판매는 물론 사후 서비스까지 고객과 함께 하지 않으면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 최근 몇년 동안 급속히 보급된 인터넷은 기업과 고객의 물리적 거리를 좁혀주고 있다.
『이전에는 몇 주 혹은 몇 달이 걸려야 알 수 있었던 고객의 반응을 이젠 인터넷을 통해 아주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어떤 상품이 얼마나 판매됐는지 실시간으로 집계되기 때문이지요. 또 아주 사소한 고객의 불만도 전자우편이나 게시판을 통해 바로 들을 수 있습니다.』
삼성물산 인터넷사업부 이금용 이사의 말이다.
누구든지 원하면 인터넷으로 자신이 사용하는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해 의견을 말할 수 있다. 기업 역시 수많은 고객들과 더 쉽게 만나고 있다. 일일이 찾아다니지 않아도 인터넷을 통해 고객을 만나고 서비스나 상품을 제공하면서 축적된 정보만으로 고객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또 수집한 고객정보를 다시 고객에게 제공함으로써 더 큰 만족을 줄 수도 있다.
미국에서 두번째로 큰 백화점 체인망인 JC페니(http://www.jcpenny.com/)는 일하는 여성의 의류 구매 데이터베이스를 분석한 자료를 웹에 올려놓았다. 고객들은 이 정보를 보고 자신의 체형이나 이미지에 어떤 의상이 어울리는지를 알아 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됐다. 이것이 다시 해당 홈페이지에서 구매하는 요인으로 작용했음은 물론이다.
야후코리아는 정기적인 설문조사는 물론 방문한 고객들이 어떤 단어를 자주 검색하는지를 분석해 고객에게 새로 서비스할 내용을 결정한다. 야후코리아가 최근 서비스를 시작한 「영어사전(http://www.yahoo.co.kr)」도 이같은 분석을 통해 추가한 콘텐츠. 영어사전은 야후의 콘텐츠 중 세번째로 이용률이 높은 서비스로 자리잡았다. 이는 『야후의 이용자들이 어떤 정보를 원하는지 철저히 분석한 결과』라는 게 야후 관계자의 말이다.
반면 아무리 인터넷을 활용한다고 해도 그것이 고객과 동떨어진 서비스라면 실패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예도 얼마든지 있다. 스웨덴 볼보(http://www.volvo.com)사는 지난 94년 자동차업계 처음으로 웹사이트를 개설하고 대대적인 인터넷 광고에 나섰다. 볼보사가 이같은 작업에 투자한 돈은 약 10만달러. 당시 인터넷 시장의 규모로서는 엄청난 액수였다. 하지만 볼보는 막대한 투자효과를 거의 보지 못했다. 볼보 웹사이트에서는 볼보차의 화려한 모습을 볼 수는 있었지만 고객이 참여하거나 고객이 원하는 정보와 서비스를 제공하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인터넷으로는 아늑한 소파나 화려한 조명, 수십만점의 상품을 다 보여줄 수 없다. 따끈한 차를 대접할 수도 없음은 물론이다. 사이버 공간에서 고객들과 함께 하기 위해서는 현실세계와는 다른 마케팅 방법과 대고객 커뮤니케이션 기법을 개발해야 한다.
「광고를 보면 돈을 준다」는 개념으로 접근했던 골드뱅크, 무료 전자우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한메일서비스가 짧은 시간에 많은 회원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것도 사이버 공간에 맞는 독특한 마케팅과 커뮤니케이션 방법을 개척했기 때문. 한번 고객의 정보를 확보하면 이 정보를 이용해 다양한 서비스와 사업을 전개할 수 있다. 많은 웹사이트들이 고객의 정보를 수집하고 더 많은 회원을 확보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에 나서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무작정 많은 고객정보를 확보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고 지적한다. 프리즘컨설팅 김종훈 사장은 『제공하는 상품이나 서비스에 맞는 고객정보를 확보해야 정말 가치가 있는 것』이라고 말하고 『이를 위해서는 무조건 거액의 경품을 내걸어 회원 수를 늘리기보다 고객이 자발적으로 자신의 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다양한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우리 나라의 경우 인터넷을 이용해 고객서비스를 제공하기보다 고객정보를 수집하는 단계에 머물러 있다. 대부분의 인터넷 기업들이 아직 분석할 만한 고객데이터를 가지고 있지 못한 실정이기 때문이다.
지금 전개하는 인터넷 비즈니스에 맞는 고객정보를 확보하기 위해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고 어떤 정보를 줄 것인가. 바로 이것이 지금 인터넷 비즈니스를 추진하는 우리 기업들에 던져진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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