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인치 이상 컬러TV
삼성전자·LG전자·대우전자 등 국내 3대 TV업체들은 다음달 수입선 다변화제도가 완전 해제되면 일본산 TV의 국내시장 점유율이 현재 3% 미만에서 7∼8%까지 올라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컬러TV 국내시장이 IMF 이전 기준으로 약 220만대, 1조1000억∼1조2000억원 수준인 점을 감안할 때 일본산 TV가 약 15만대, 770억원을 잠식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현재 한국의 외산TV 수입의존도는 2.4%에 불과해 그만큼 국산TV의 경쟁력이 높은 것으로 보여질 수 있지만 실제로는 수입선 다변화제도라는 수입장벽의 혜택을 본 결과라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특히 국내의 경우 TV보급률이 지난 97년 기준으로 160% 선에 달해 지난해부터는 29인치 이상 대형TV의 대체수요가 국내 TV시장을 지탱하고 있다는 사실은 수입선다변화제도의 폐지에 따른 영향이 의외로 클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해주고 있다.
국내 업체들이 25인치 이하 TV에 대해서는 오히려 경쟁력을 갖추고 있지만 29인치 이상 대형TV 부문에서는 아직도 일본업체들이 한 수 위의 가격 및 품질경쟁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국내 경기가 회복돼 소비 및 투자가 증가하고 엔화 약세가 지속된다면 일부 부유층을 중심으로 은연중 만연돼 있는 일본 브랜드에 대한 선호심리가 실구매로 이어질 가능성도 커 지난 97년 소니 TV와 같은 파동이 재연될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우려의 소리도 만만치 않다.
실제 일본 TV메이커들은 일반 소형TV보다는 오는 6월 30일 해제되는 29인치 이상 대형TV 및 프로젝션TV, 완전평면TV 등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을 앞세워 니치마켓을 공략하겠다는 목표 아래 다양한 유통채널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샤프는 부가가치가 높은 분야에서 진출을 모색하되 정보가전분야의 한국내 기존 합작선인 샤프코리아의 판매조직을 확대하는 형태로 한국진출을 서두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산요도 내년 중에 연락사무소를 설치하고 일정기간 시장 검증작업을 거친 뒤 현지법인을 설치한다는 전략을 마련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니의 경우 브랜드 인지도를 앞세운 고가격정책을 선택할 것으로 보이고 마쓰시타도 올해 말부터 한국시장이 활성화될 것이라는 예상 아래 한국진출을 본격화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업체들은 일단 한국의 TV에 대한 기본세율(관세)이 8%로 높은 편인데다 형식 승인이 까다롭고 한국내 3대 TV메이커의 시장영향력이 큰 점을 장애요소로 여기는 모습이다.
또한 컬러TV에 대한 일본(PAL)과 한국(NTSC)의 기술방식이 달라 직수출이 곤란하다는 점에서 양국 TV메이커간의 생산제휴가 추진될 가능성도 있다.
소니한국지사의 한 관계자는 『한국 TV시장에서 삼성이나 LG 등 로컬업체들이 갖고 있는 시장파워는 엄청나기 때문에 이들과 정면으로 대결하는 것은 무리』라며 『따라서 일본업체들로서는 당분간 한국업체들이 생산치 못하거나 경쟁력이 취약한 고가시장을 공략하는 전략을 세울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결국 일본업체들은 한국업체들이 강점을 가진 일반 TV시장을 직접 공략하기보다는 생산제휴와 같은 우회방법을 선택하면서 와이드TV·완전평면TV·디지털TV 등 고부가가치 제품에 대해서는 높은 브랜드 인지도를 등에 업고 시장점유율을 확대해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업체들이 지난해말부터 완전평면TV 및 프로젝션TV에 대한 제품군을 다양화하고 유통 및 마케팅을 강화하는 등 시장 수성에 나서고 있는 것도 이같은 이유 때문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산TV 핵심부품의 대일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일본업체들이 핵심기술 이전과 부품공급을 기피할 경우에는 국내생산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며 『비록 수입선다변화제도가 폐지되더라도 정부가 국제적으로 용인된 긴급수입제한조치·반덤핑관세부과 등과 같은 시장보호장치를 활용해 국내업계를 측면에서 지원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