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내달 "수입선 다변화" 완전 해제-가전시장 파장과 대책 (3)

카메라

 지난 1월 전문가용 35㎜ 롤필름 싱글 렌즈 리플렉스(SLR) 카메라에 이어 오는 7월에는 일반용 35㎜ 롤필름 콤팩트 카메라도 수입선다변화에서 해제돼 국내 카메라시장은 완전 자유경쟁체제로 접어들게 된다.

 카메라의 수입선다변화 해제는 당분간 찻잔속의 태풍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지만 언제든지 수면위로 급부상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관련업계의 분석이다.

 수입선다변화 해제는 온실속에서 자란 화초의 비닐하우스를 걷어내는 것과 같은 커다란 변화지만 카메라의 경우 그동안 알게 모르게 바깥 세상의 비바람을 맞아왔기 때문이다.

 국내 카메라업계에 바깥 세상의 가장 거센 비바람은 밀수 제품이었다. 일산 카메라는 그동안 여행자들이나 조직적 밀수를 통해 들어온 물량이 국내 유통물량의 20%에서 30%까지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이렇게 밀수된 제품은 정상가보다 30% 정도 싸게 팔리고 있기 때문에 수입선다변화가 해제되더라도 관세와 부가세 등을 물고 정상적으로 수입되는 제품이 과연 경쟁력이 있을지 미지수다.

 또 하나는 일본업체들의 동남아 현지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의 유입이었다.

 동남아산 일제 카메라는 이미 신도시스템을 비롯해 일본업계 총판들이 상당 기간 국내에서 시판해왔으나 소비자들이 일본에서 생산된 제품만을 선호, 시장에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수입선다변화 해제로 야기되는 새로운 변수로는 아직까지 일본에서 직접 생산되고 있는 15여종의 고급형 콤팩트 카메라의 등장이다.

 30만원대를 넘는 3배줌 내지 4배줌 기능을 지닌 이들 제품은 국내 고급형 콤팩트 카메라시장에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지난 1월 SLR 카메라가 수입선다변화에서 해제됐음에도 불구하고 아남인스트루먼트가 시장을 여전히 주도하고 있는 반면 캐논 총판인 SK글로벌과 펜탁스 총판인 동원정밀이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점을 들어 고급형 콤팩트 카메라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내수의 60% 이상의 시장을 점유하고 있는 삼성항공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수입선다변화 해제에 따른 일산제품의 유입 그 자체보다는 일본업계의 자금유입이나 직접진출 등 유통체계의 변화다.

 올림퍼스사의 카메라총판인 정안물산은 전국적인 AS체제를 구축하고 올림퍼스사의 15개 모델을 수입, 국내시장을 공략할 채비를 갖추었고 우성필름도 우성포토교역을 통해 코니카사의 콤팩트형 자동카메라를 시판할 계획이다.

 한국후지필름은 일본후지필름의 콤팩트형 자동카메라 4개 모델을 이미 확보, 내수 공략을 꾀하고 있으며 아남인스트루먼트도 니콘 제품을 들여올 것을 검토하고 있다.

 총판점들의 조직적 움직임 뒤에는 삼성항공이 장악하고 있는 내수시장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지를 타진해 보려는 일본업체들의 전략이 깔려있다.

 올해 1000억원 규모를 형성할 것으로 예상되는 국내 카메라시장은 세계 10위권에 들만큼 작지않은 규모지만 일본 업계가 장악하지 못하고 있는 유일한 지역인 셈이다.

 만약 이들이 삼성항공과의 대리전에서 승산을 확신할 경우 일본업체들은 총판들에게 막대한 자금을 지원하거나 한국시장에 직접진출, 시장을 평정해보겠다는 계산이다.

 이럴 경우 국내 카메라시장은 거인 삼성항공과 군소 골리앗들의 싸움에서 거인들간의 격전으로 돌변할 전망이다.

<유성호기자 sunghy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