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한.불합작 영화 "이재수의 난", 역경 딛고 "시선세례"

 한국영화사상 첫 한불합작 영화로 기록될 박광수 감독의 「이재수의 난」이 오는 26일 개봉된다.

 계속되는 악천후로 제주도 현지촬영이 2개월 이상 지연되고 제작비도 당초 예상보다 10억원 이상 늘어난데다 촬영도중 스태프 2명이 불의의 사고로 사망하는 등 그야말로 험준한 고개를 넘어 비로소 선을 보이게 된 「이재수의 난」은 그 만큼 뜨거운 시선 세례를 받았다.

 1901년 제주도. 천주교 포교를 둘러싸고 천주교를 받아들인 교당과 유학을 신봉하는 유생들의 민당이 정치적·종교적 갈등을 겪으면서 일어났던 민란을 새로운 시각으로 조명해 본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제주도민·사학계·종교인 등 다양한 층에서 많은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특히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연결된 프랑스 영화제작사 레 필름 드 롭세르바토와르(Les Films de I<&26616>Observatoire)가 제작에 참여하고, 프랑스 국립영화센터 CNC가 100만프랑, 스트라스부르(Strasbourg)시가 20만프랑의 지원비를 대는 등 총 6억원의 외국자본이 투입된 것도 이 영화가 주목받는 큰 요인이기도 하다.

 당시 민당 주둔지를 재현하는 대형 야외 세트가 설치된 제주도 북제주군 구좌읍 송당리 「아부오름」은 이 지역 명소가 됐고, 현역 국회의원, 제주도지사, 제주도민 등이 자발적으로 참여, 600여명이 엑스트라로 출연하는 등 제작과정에서 숱한 화제를 뿌리기도 했다.

 대정군수 채구석(명계남 분)의 통인(연락관)인 이재수(이정재 분)는 의협심이 강하고 패기가 넘치는 젊은이로, 중앙정부의 힘을 업고 천주교의 교세를 내세워 제주민들을 괴롭히는 일부 교인들에 반발해 유생과 주민들을 중심으로 조직된 민당에 참여, 장두를 맡게 된다.

 그러나 천주교도들과 이에 반대하는 민당의 세력 싸움 사이에서 애꿎은 주민들만 피해를 입고 죽어간다는 것을 연인 일숙화(심은하 분)를 통해 알게 된 이재수는 심한 심리적 고뇌를 느끼게 되고, 결국 주민들의 생존권적인 원성에 교당과 민당의 싸움은 700여명의 죽음만 남기고 끝을 맺는다.

 『근대사상과 봉건사상의 대립, 냉전시대의 파장이 변방 제주도에도 불어오면서 그 와중에서 민초들이 겪는 고통과 정신적 갈등을 표현하고 싶었다』는 박광수 감독은 아름다운 제주도의 풍경을 역사적 사건과 더불어 아름답게 표현하고 있다.

 이 영화의 제작을 맡은 기획시대의 유인택 사장은 『촬영이 지연돼 칸 영화제에 나가지 못한 게 가장 아쉽다』며 『오는 9월 열릴 베니스 영화제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해외 진출을 모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