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딜 한가운데 놓여 있는 대우전자가 지난 5월 12일 구미공장에서 42인치 와이드 PDP TV를 850만원에 판매한다고 공식 발표해 관심을 끌었다.
특히 대우전자와 동시에 오리온전기도 42인치 PDP TV용 모듈 양산을 계기로 오는 2002년까지 1500억원 이상을 추가 투자, 연간 10만∼30만대의 HD급 42·55인치 PDP를 상품화하는 중장기 계획을 발표했다.
두 회사의 움직임을 보면 국내에서 멀게만 느껴졌던 PDP시장이 성큼 눈앞으로 다가온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러나 일본 PDP 생산업체들의 움직임을 들여다 보면 PDP시장의 실상은 다르다.
「일본 롯데파이어니어는 PDP를 이용한 차세대 TV의 본격적인 보급까지는 아직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기 때문에 월간 1만대의 생산능력을 가진 제2공장을 서둘러 건설할 필요는 없다.」 (유보적인 입장)
「후지쯔와 히타치는 지난 4월 PDP사업을 통합, 「후지쯔 히타치 플라즈마 디스플레이사」를 설립하기로 했다. 합병회사는 월 1만대의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는 후지쯔 산하의 미야자키사업소에 신공장을 건설, 오는 2001년까지 7만대로 늘리기로 했다.」 (낙관적인 입장)
우리보다 앞선 일본업체들의 이같은 두가지 조류는 아직까지 PDP시장 전망 자체가 불투명함을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일본업체들은 PDP사업초기인 90년대 초반만 해도 PDP의 미래를 상당히 낙관적으로 봤다. 당시 일본 PDP업체들은 오는 2000년에 인치당 1만엔을 달성, PDP가 TV를 대체해 가정용 시장을 장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2000년에 50인치 PDP TV의 가격이 50만엔이 되고 디지털 TV의 방영이 활발해짐에 따라 PDP TV의 수요는 급증할 것으로 예상했다.
따라서 제품화에 대한 자신감을 갖고 투자했던 TFT LCD업체와는 달리 PDP업체들은 시험생산 단계에서 양산투자를 결정하는 과감성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당시 업체들이 예측했던 것과는 달리 PDP는 여전히 가정용 시장에 진입하지 못한 채 옥외광고판 등과 같은 산업용 니치마켓에서 움직이고 있다.
현재 PDP는 노트북시장을 장악하고 모니터시장에 진입한 TFT LCD의 8년 전 모습과 흡사하다. 지난해 PDP 시장규모는 빠른 성장세에도 불구하고 TFT LCD 시장규모의 4분의 1에 그쳤다.
IDC자료에 따르면 PDP 시장규모는 지난 98년 337억엔에서 오는 2002년에 가면 4074억엔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특히 TFT LCD업체들이 디지털시대의 개막에 따라 마지막으로 남아 있는 TV시장에 대한 공략에도 나서고 있어 PDP시장을 위협하고 있다.
따라서 PDP시장에 대한 낙관적인 입장이 희석되면서 유보적인 입장이 늘어나고 있는 형국이다. 이와 관련,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오는 2002년 한·일 양국이 공동으로 개최하는 월드컵에 맞춰 PDP가 안고 있는 가격과 생산성 문제들을 해결하지 않으면 시장형성이 상당히 늦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이렇게 될 경우 PDP시장은 당초 예상한 2000년보다 늦어진 2005년에 가야 가정용 TV시장에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말하고 있다.
<원철린기자 crw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