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굴지의 SW업체인 CA와 국내 컴퓨터 및 통신시장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삼보컴퓨터 관계사와의 SW마케팅 합작사 「소프트웨어어소시에이트」 설립이 발표되면서 합작 배경과 향후 전망에 대해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당초 삼보와 CA의 합작사 설립이 처음 거론된 것은 지난해 12월. 당시 방한중이던 찰스 왕 회장과 이용태 회장이 만난 자리에서 『한국에서도 SW마케팅을 전담하는 업체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오가면서 합작사 설립이 논의됐다. 양측은 그 후 몇개월 동안 사업의 타당성을 조심스레 타진해오다, 지난달 중순부터 본격적인 실무작업에 들어가 합작사 설립을 최종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로운 합작사는 초기 자본금 6억원, 총인원 10명 안팎으로 양 그룹 회장이 직접 나서 전략적으로 설립한 업체인 점을 감안할 때, 규모나 내용이 다소 미흡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또 발표 내용만을 두고볼 때 당장은 국내 SW업계나 양측의 비즈니스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삼보와 CA는 이 합작사가 국산 SW의 해외진출을 위한 창구역할을 하면서도 동시에 비즈니스를 상호 확장할 수 있는 거점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의 진행상황에 따라 소프트웨어어소시에이트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 및 지원이 이뤄질 경우 합작사의 대내외적인 위상이나 역할, 영향력 등도 훨씬 커질 가능성이 높다.
우선 이번 합작을 통해 CA는 국내 시장에서의 입지를 더욱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CA는 국산 SW의 해외진출을 돕는다는 점에서 명분과 실리를 동시에 챙길 수 있어 인지도 및 이미지 향상효과를 얻을 수 있다. 또한 CA는 삼보 관계사들이 갖고 있는 공공시장에서의 강점, 나래이동통신의 인터넷 사업기반, 소프트뱅크코리아(SBK)의 국내 유통망 등을 십분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이밖에 CA는 내심 삼보의 미국내 현지법인인 「e머신즈」의 e타워 PC에 자사의 SW를 탑재해 공급하는 방안도 조심스럽게 타진하고 있는 분위기다.
삼보의 경우 무선호출기 시장이 퇴조하면서 급격한 변신을 요구받고 있는 나래이동통신을 이번 합작사 설립의 주체로 참여시킴으로써 사업구조조정 및 사업다각화 작업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삼보 측은 이번 CA와의 합작으로 그동안 SBK 등을 통해 벌여온 데스크톱 SW 유통사업 위주에서 워크그룹 및 엔터프라이즈 SW 솔루션을 포괄하는 마케팅 활동을 벌일 수 있게 돼 국내외 SW시장에서 영향력을 넓힐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양측은 합작사를 통해 국내 SW를 CA의 채널을 통해 판매하는 사업을 우선적으로 실시할 계획이다. 가장 먼저 추진하게 될 SW 아이템은 데스크톱용 인터넷 애플리케이션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단품판매는 물론 CA의 시스템관리소프트웨어(SMS)인 유니센터TNG, 객체지향데이터베이스(OODB)인 재스민을 비롯해 각종 데스크톱 및 엔터프라이즈 솔루션과 국산 SW를 결합하는 작업이 이뤄질 전망이다.
더 나아가 삼보와 CA는 국산 SW를 해외에 판매해 일정한 수수료를 받는 것에 국한하지 않고 우수한 국내 SW 개발업체가 있을 경우 이를 직접 인수합병(M&A)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확장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CA가 많은 M&A 경험을 갖고 있고 M&A에 상당히 적극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데다 삼보의 경우 나래이동통신의 SW 유통업체인 SBK 등을 통해 상당수의 SW솔루션 업체와 관계를 갖고 있어 소싱이 어렵지 않다는 점도 이러한 분석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조인혜기자 ihch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