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가장 강력한 차세대 메인 메모리 반도체로 부각됐던 램버스 D램이 잇따른 악재의 등장으로 좌초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최근 PC업계의 맹주인 미 IBM사가 차세대 PC에 램버스 D램을 채용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램버스 D램의 장래를 더욱 불투명하게 만들고 있다.
올해초만 해도 승승장구할 것으로 보였던 램버스 D램이 이처럼 흔들리기 시작한 것은 올초 인텔 측이 램버스 D램 칩세트인 카미노 출시를 연기하면서부터 예상됐던 것이다.
여기에 제2의 마이크로프로세서업체인 미 AMD사가 차세대 제품인 「K7」에 PC266 규격의 더블데이터레이트(DDR) 싱크로너스 D램을 채택키로 결정한 데다 삼성전자 등 세계 유력 반도체 및 컴퓨터업체들이 AMI2(Advanced Memory International Inc.)라는 법인을 결성, 기존 DDR 싱크로너스 D램의 성능을 대폭 개선한 DDR2 규격의 D램 표준화를 공동 추진키로 하는 등 반램버스 진용의 세력 규합이 램버스 D램의 앞날을 더욱 어둡게 만들고 있는 상황이다.
더욱이 이번 IBM사의 램버스 D램 채용 포기는 복싱으로 얘기하면 「카운터 블로」에 해당할 만큼 충격적인 사건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이번 IBM의 결정은 대형 PC업체들에 어떤 식으로든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상당수 PC업체가 IBM의 결정을 따를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이처럼 세계 D램 및 컴퓨터업계에 반램버스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는 표면적인 명분은 램버스 D램 채용시 발생되는 과다한 비용이다.
기존의 싱크로너스 D램과 전기 및 온도 특성이 완전히 다른 다이렉트 램버스 D램을 PC에 채택할 경우 가격 상승 효과가 최대 수백달러에 이른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그러나 최근의 램버스 D램 채용을 둘러싼 이같은 일련의 움직임을 보다 깊숙이 들여다보면 마이크로프로세서 분야의 독점적 권위를 행사하고 있는 인텔에 대한 견제가 숨어있다는 분석이다.
결국 최근 램버스 D램을 둘러싼 반램버스 진용의 반발은 마이크로프로세서에 이어 메인메모리 분야까지 인텔에 기술적인 주도권을 넘겨주느냐의 첨예한 문제에 봉착할 것이라는 위기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같은 갈등 구조를 통해 램버스 D램에 대한 로열티를 낮춰보겠다는 현실적인 계산도 깔려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같은 업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인텔 측은 램버스 D램을 강력하게 밀어붙인다는 의사를 철회하지 않고 있다.
최근 인텔이 「팀나(Timna)」라는 코드명으로 개발에 나선 저가 PC용 PC온칩에 램버스 D램용 메모리 컨트롤러를 탑재키로 하는 등 한발짝도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결국 차세대 메인메모리시장을 둘러싼 인텔과 반램버스 진용의 힘겨루기는 예상보다 길어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최승철기자 scchoi@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