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글 긴생각> 문화정보화 정책

 20세기 국가 경쟁력이 주로 자본과 기술에 의해 유지됐다면 정보통신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21세기 국가 경쟁력은 정보 서비스의 질과 양에 의해 평가될 것이다. 정보사회에서 국민이 필요로 하는 정보를 분류하면 보고 싶은 영화, 듣고 싶은 음악, 가고 싶은 곳, 먹고 싶은 음식, 하고 싶은 운동 등 문화 분야에 몰려 있다. 이러한 현상은 통신망의 고속화와 함께 문화와 관련된 정보수요가 최근 국내에서도 급속히 증가되고 있는 데서도 찾아볼 수 있다. 문화의 정보화가 시급한 첫 번째 이유다.

 또 문화정보는 다른 분야에 비해 보안문제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며, 보여줄수록 우리 문화와 국가에 홍보가 되는 등 장점이 무수히 많다. 문화정보화의 효과로 문화정책의 과학화, 문화산업 발전, 지방자치시대의 지역간 균형발전, 문화적 자긍심 고취, 국가 이미지 향상으로 인한 경쟁력 강화 등을 열거할 수 있겠지만 진정한 효과는 문화침략에 따른 문화종속에서 탈피하는 것이다.

 문화침략은 무력침략이나 경제침략과 같이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다. 국경이 없는 통신망을 이용해 전달되는 문화상품에 의한 정신적 영향력 또한 문화정보화의 산물이라는 점도 문화의 정보화 사업을 서둘러야 하는 중요한 이유다.

 국가나 기업 이미지 제고에 따른 경제성장, 수출신장, 문화적 자긍심 고취에 따른 의식개혁 등은 눈에 보이지 않는 효과로 나타날 것이다. 또 이공계 인력 중심의 채용에서 인문계 인력 채용으로 확산하고 고용의 효과도 증대시킬 수 있다. 정보화 근로사업도 이러한 관점에서 효과적일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문화정보화는 크게 정부 주도적인 문화정보 인프라 구축과 그것을 기반으로 정보를 가공하여 서비스하는 민간기업 중심의 정보 서비스체제 구축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문화정보를 보유하고 있는 대부분의 기관이나 단체는 문화관광부 산하 또는 소속이어서 막대한 재원의 확보, 통합구축 등을 위해 정부 주도로 문화정보화 사업을 추진하는 것도 적극 고려해 볼 만하다.

 그러나 문화관광부에는 문화정보화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조직이 아직 갖추어지지 않은 상태다. 정보화와 관련된 일을 전담할 수 있는 체제가 완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문화정보화 사업을 추진한다면 앞으로 홈페이지 운영이나 관리에 필요한 예산확보 및 행정지원이 어렵고 이미 추진된 사업 또한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이 높다.

 IMF라는 국가경제위기를 접한 이후 우리 사회는 모든 판단기준을 경제논리에 의존하고 있는 듯하다. 단기간에 가시적인 효과로 나타나는 사업 위주의 투자나 비용절감 위주의 구조조정은 위험한 발상이다. 교육이 백년대계라면 문화는 천년대계라고 할 수 있다.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지금부터라도 전담조직을 갖추고 현실적인 문화정보화 정책을 꾸준히 추진해 나가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리는 이미 많은 문화침략에 노출되어 있다. 인터넷을 통해 언제든지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고 초등학생에 이르기까지 이같은 현상은 광범위하게 확산되어 있다. 정보차단에 의한 방법은 불가능하고 소극적인 해결책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의 것을 수집·분석·가공해 제공하면서 함께 경쟁대열에 뛰어드는 적극적인 자세가 요구된다. 이것이 우리가 문화침략에 대비하는 길이며 국제사회에서의 위치를 공고히 할 수 있는 초석이 될 것이다.

<이원규 고려대 컴퓨터교육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