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는 우리 선조들이 만든 것입니다. 그런데도 문화재를 무조건 어렵게만 생각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하지만 그 작품이 만들어진 배경이나 동기를 생각하며 계속 들여다보면 그만큼 우리 심금을 울리는 것이 바로 문화재죠. 그런 의미에서 우리 문화유산의 디지털화는 문화재에 대해 더 많이 이해하고 더 가까이 할 수 있는 지름길인 셈입니다.』
국립중앙박물관의 박영복 유물관리부장(54)은 「사이버 박물관」이 문화재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애정을 키울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얼마 전 독일의 뮌헨에 갔을 때 택시기사가 그곳의 유물과 문화재에 대해 깊은 지식을 가지고 있는 것을 보고 큰 감명을 받았습니다. 그 운전사는 유서 깊은 곳을 지나갈 때마다 그곳의 유래와 배경에 대해 설명해주고 박물관에 싸게 들어갈 수 있는 법까지 알려주더군요. 우리나라도 더 많은 사람들이 문화재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공부할 수 있는 분위기와 지원체계가 마련돼야 합니다.』
『고고학자나 역사가뿐만 아니라 소설가와 만화가, 디자이너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문화재에 관심을 가져야 할 때』라고 말하는 박 유물부장은 『사이버 박물관이 활성화돼 우리 문화재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지면 그만큼 문화재를 활용할 수 있는 범위도 커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청자의 문양을 응용한 넥타이나 백자의 은은함을 강조한 생활용품은 우리 문화재에 대한 폭넓은 이해가 없으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은 오는 2003년 새로 건립되는 용산박물관 개관에 맞춰 국립박물관에 소장된 22만여점의 유물자료를 영상과 함께 데이터베이스화하는 작업을 추진중이다. 또 오는 2004년까지는 사립박물관과 대학박물관까지 네트워크로 연결, 모두 60만점의 유물 자료를 검색할 수 있는 데이터베이스를 통합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뿐만 아니라 인터넷을 통해 누구나 쉽게 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유물을 감상하고 상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우선 중앙박물관(http://www.museum.go.kr/)과 9개 지방박물관 홈페이지를 통해 1000여점의 국보와 보물정보를 서비스하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대표적인 유물은 동영상과 3차원 화면으로도 검색할 수 있지요. 용산박물관이 개관하는 2003년말에는 인터넷을 통해 전시하는 유물의 수가 총 1만점에 달할 전망입니다.』
고려대 사학과를 졸업한 후 73년부터 줄곧 문화재와 함께 생활해온 박 유물부장이 박물관 정보화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은 지난 86년. 유물관리를 위해 모 업체에서 지원한 PC를 사용하면서부터였다. 그러나 방대한 문화재 정보를 PC 몇 대로 관리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전산화작업의 범위가 늘어나면서 분류와 용어의 표준화가 가장 큰 문제로 떠올랐다.
『누가 보더라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분류체계를 세우는 것은 물론 어떤 용어를 쓸 것인지도 문제였지요. 전문가들이 쓰는 문화재 관련 용어는 대부분 한자로 돼있는데 이것을 어디까지 한글화해야 할 것인지 결정하기 위해 국어학자에게까지 자문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만든 유물분류표준안은 지난 96년 「박물관 유물관리 전산화를 위한 유물분류표준화」라는 책자로 발간, 전국 박물관에 배포됐다. 이외에도 박 유물부장은 시대와 장소별로 중요한 문화재와 유적을 터치스크린 방식으로 소개하는 시스템을 구축했고 정보화 근로사업과 연계, 지방국립박물관에 있는 4만8500점의 유물 데이터베이스를 구축중이다.
『우리의 문화재는 애정을 줄수록 더 많은 말을 해준다』며 우리 문화재에 대한 각별한 애착을 표시하는 박 유물부장은 『우리 박물관의 정보화 의지는 세계의 어떤 박물관과 비교해도 결코 뒤지지 않으며 정보화를 위한 전문적인 인력양성과 정부차원의 꾸준한 노력이 무엇보다 필요한 때』라고 지적했다.
<장윤옥기자 yo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