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조선해양공학과 배광준 교수(57)는 우리 전통악기인 「단소」에 푹 빠져 있다. 4년 전 단소를 처음 접한 이후 우리 국악에 대한 그의 관심은 단순한 취미 차원을 떠나 열정으로 바뀔 만큼 각별해졌다. 요즘에는 주위 동료교수들이 「국악=배 교수」라 인식할 정도로 개인적으로 국악을 연구하는 데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배 교수가 여러 가지 국악기 가운데 단소를 선택하게 된 데는 이유가 있다. 처음에는 가야금·대금·단소·장구 등 각각의 소리에 심취해 대금을 연주할 작정이었으나 개인적으로 남들보다 손이 작아 단소를 택하게 됐다.
『단소는 소리내기와 연주하기가 힘들지만 맑고 청아한 소리는 어느 악기보다 뛰어나다』고 말하는 그는 국악에 대해 연구하다 보니 어느새 모든 국악기를 조금은 연주할 정도의 실력을 갖추게 됐다고 덧붙였다.
『서양악기는 과학적으로 분석해 하나의 틀에서 악기를 만들기 때문에 모두 똑같은 소리를 내는 것이 장점이자 단점이지만 국악기 중 단소는 한 사람이 제작하더라도 모두 음색이 다르고 깊은 음을 갖는 게 특징이지요.』
그는 단소의 경우 대나무의 재질과 두께, 길이 등에 따라 음색이 달라지고 연주자의 마음과 실력에 따라 차이가 난다고 설명한다.
배 교수는 주말이면 등산을 즐기는데 매번 단소를 소지하고 산에 오른다. 등산 중간중간 쉬는 시간과 정상에 올라 악기를 꺼내 연주하는 게 그에게는 최고의 즐거움이다. 주중에도 집에서 시간이 나면 단소를 들고 자신만의 공간에서 더 나은 실력을 연마하기 위해 맹연습을 하며, 주요 애창하는 곡은 「상영산」을 비롯해 「청승곡」 「세영산」 등 전통음악이다. 또 외국 여행길이나 교환교수로 해외에 나갈 때도 단소는 단연 필수품으로 배 교수의 애장품 1호로 자리를 잡았다.
『우리 전통음악은 단지 듣는 것보다 가슴으로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배 교수는 단소를 끝낸 다음 가야금·대금·퉁소·장구·징 등 국악기 모두를 완벽하게 섭렵하겠다는 욕심을 갖고 있다. 배 교수는 우리나라 교육과정에서 국악에 대해 가르치는 내용이 많지 않고 국악기를 접할 기회도 드문 것을 아쉬워하고 있다. 특히 초등학교 교과서에는 서양악기에 초점을 맞춰 「음악과 악기는 인간의 마음을 화평하게 만든다」라는 내용이 들어있는데 이는 우리 전통문화를 제대로 계승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이어 그는 『국악은 서양악보다 한수 위로 마음뿐 아니라 영혼까지 화평하게 만든다』고 강조한다.
이와 함께 뛰어난 우리 전통국악이 홍보 부족으로 해외에 잘 알려지지 않은 것도 안타까워하고 있다. 이에 따라 배 교수는 국악에 대한 이해 수준을 높인 이후에 여건이 갖춰지면 국악을 컴퓨터 음악으로 발전시켜 세계에 알리는 작업도 구상하고 있다.
<원연기자 yw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