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학교 1학년 학생들이 듣는 「한국문학의 이해」 시간에는 항상 학생들로 초만원을 이룬다. 김흥규 교수(51)의 강의가 인기를 끄는 비결은 방대한 자료를 체계적으로 축적할 수 있는 컴퓨터에 있다.
한국학 연구로 유명한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의 부원장을 맡고 있는 김 교수는 오랫동안 이 연구원에서 수집한 방대한 양의 민속자료를 데이터베이스(DB)로 구축한 후 이를 강의 시간마다 적절하게 활용, 학생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첨단 시청각 시설을 갖춘 대형 영상강의실에서 진행되는 강의에서 김 교수는 고려가요, 시조, 가사, 현대시 등 테마별로 당시 문헌과 풍속 자료를 곁들여 설명함으로써 자연스럽게 흥미를 유발하고 있다.
일반 자료실에서 찾아보기 힘든 풍속 자료들을 첨단시설로 재연함으로써 학생들의 이해도를 높이고 풍부한 옛 자료들을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교수가 컴퓨터와 인연을 맺은 것은 80년대 중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86년 1년간 미국에 교환교수로 갔을 때 미국 교수들이 강의자료 준비를 대부분 컴퓨터로 처리하는 모습을 보고 바로 실천에 들어갔다.
이 때부터 컴퓨터에 입문, 이곳 저곳에 널려 있는 문학관련 자료를 DB로 체계화하기 시작했다. 물론 처음에는 어려움도 많았다. 무엇보다 고려가요와 시조 등 옛 문헌에는 현재 사용하지 않는 고어가 많아 이를 처리하기 어려웠다고 한다.
이 문제는 한글과컴퓨터가 90년대 중반 한글 고어를 거의 완벽하게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선보임으로써 해결됐다.
그러나 한글과컴퓨터 관계자는 『당시 김 교수가 수집·정리해 놓은 방대한 양의 고어 자료 덕분에 오늘날과 같은 한글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었다』며 김 교수의 선견지명에 고마워하고 있다.
그동안 컴퓨터 장비를 구입하는 데 들어간 비용도 만만치 않았다. 김 교수는 『87년에 산 IBM 호환기종과 현재 사용하고 있는 펜티엄 노트북 컴퓨터를 포함하면 지금까지 구입한 컴퓨터의 숫자만도 15대는 족히 될 것』이라고 덧붙인다.
한편 김 교수는 한국문학을 후배들에게 전수하기 위해 노트북 컴퓨터를 비롯해 외장 하드디스크 드라이브(HDD), 스캐너, CD녹음기 등 첨단장비를 자주 활용하고 있다.
<서기선기자 kssu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