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이 보인다> KBS의 역사 스페셜

 KBS가 매주 일요일 저녁 8시에 방영하는 「역사 스페셜」은 고대 유물을 복원하거나 역사 속에서 숨겨진 사료들을 재해석해 올바른 역사의식을 세우려는 역사 전문 다큐멘터리다. 이전에도 이같은 성격의 프로그램을 각 방송사에서 여러번 시도한 적이 있지만 KBS의 역사스페셜은 첨단 컴퓨터 그래픽을 이용해 역사적 유물을 복원하는 작업에 비중을 둔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시청자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특히 이 프로그램은 사라진 문화재를 3D 그래픽을 이용해 매우 정교하게 원형 그대로 복원하는 데 많은 투자를 하고 있어 학계는 물론 전문가들까지 경탄을 자아내게 하고 있다.

 역사스페셜에서 컴퓨터 그래픽 비중은 매우 높은 편이다. 사회자가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버추얼 스튜디오 장면이 12분 가량 되고 별도 3D 그래픽 장면이 3분 정도 들어가 총 15분이 그래픽 작업으로 이뤄진다. 60분 프로그램에서 4분의 1이 그래픽으로 진행되는 것이다.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버추얼 스튜디오의 실제 모습은 모든 벽과 바닥이 짙은 파란색으로 돼 있는 빈 공간이다. 이 공간에서 출연자와 소품이 움직이면 그래픽 연동 자동 카메라에 의해 미리 만들어진 3차원 컴퓨터 그래픽과 합성돼 촬영이 이뤄진다. 이 과정에서 출연자의 동작과 소품 위치 설정이 매우 어려워 10여분 방송량에도 10시간이 넘는 촬영 시간이 필요할 정도다.

 스튜디오 촬영 외에 시청자들의 시선을 집중시키는 부분은 역시 유물 복원작업. 이미 사라진 고구려 무용총 벽화를 생생하게 재현하고 직접 돋보기를 가져다대도 보기 힘들 정도로 마모가 심한 「울주 암각화」의 그림을 마치 어제 그린 것처럼 복원한 것 등이 대표적인 예다. 또 거북선 안팎의 구조를 버추얼 스튜디오에 재현해 사회자가 직접 실제 크기의 거북선을 드나들도록 해 거북선 내부의 높이나 포를 쏘는 위치 등을 보여준 것도 큰 성과로 꼽힌다.

 이같은 그래픽을 만들기 위해서는 수많은 사전작업이 필요하다. 두달 반 정도의 제작기간 중 한달 정도를 자료조사로 소비하기 때문에 역사스페셜 그래픽 작업팀에게 주어진 시간은 한달여 정도. 조사한 자료와 전문가의 조언을 바탕으로 복원작업이 이뤄지는데 복원할 유물의 설계도가 이미 있거나 만들어져 있으면 문제가 없지만 없는 경우에는 전문가와 함께 처음부터 복원 설계도를 그려야 한다. 설계도를 그리는 과정에서 원거리에서 본 윤곽만 필요하다면 문제가 없지만 무용총 벽화처럼 세부적인 인물의 모습이나 색상까지 그려넣어야 한다면 중국의 사료, 비슷한 시기에 관련 있는 유물의 모습을 참조해야 하는 등 대단히 복잡한 검증 작업을 거쳐야 한다. 이 때문에 3명에 불과한 특수영상제작팀의 역사스페셜 담당 그래픽 디자이너들은 며칠을 꼬박 밤을 새우면서 그래픽 작업과 렌더링 작업에 매달리는 것이 일상사다.

 이러한 작업을 거쳐 3차원 그래픽으로 복원된 유물의 완성도는 비교적 수준이 높은 편이다. 역사 스페셜을 이끌고 있는 서재석 PD는 『전문가의 고증에 철저하게 근거하고 있고 새로운 학설을 참조한다고 해도 우선적으로 학계의 인정을 받는 것을 원칙으로 하기 때문에 복원된 유물의 완성도에 자신감을 갖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재현한 유물을 보존하기 위해 역사스페셜팀이 선택한 장소는 인터넷 가상공간이다. 지금까지 복원한 「울주 암각화」 「무용총 벽화」 「고려 로켓」 등이 「역사갤러리」라는 이름으로 인터넷 가상공간(http://www.kbs.co.kr/history/gallery.htm)에 전시돼 있다.

 물론 지금까지 촬영한 비디오 테이프 등은 일선 초·중·고등학교 등에서 역사 교육용 보조자료로 적극 활용되고 있다. 멀티미디어에 익숙한 신세대들에게 딱딱한 교과서를 몇번 읽히는 것보다 이 비디오 테이프를 한번 보여주는 것이 더욱 큰 교육적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을 일선 교사들이 인정한다는 것이다.

 역사 스페셜에서의 그래픽 작업을 도맡아 하고 있는 KBS 특수영상제작실의 강태구 감독은 『현재는 시간적인 제약상 2차원 그래픽을 위주로 3차원 효과를 내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지만 소프트웨어와 장비를 개선해 3차원그래픽을 위주로 한 더욱 생생한 역사 현장을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구정회기자 jhk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