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대 화제> 문화유산 숨결 되살리기

 우리 전통문화를 재창조해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는 일에 우리 젊은이들이 앞장서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이들은 단순히 전통문화의 유산을 혼자서 즐기는데 만족하지 않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이를 새롭게 가꾸고 친근하게 만드는 데 힘을 쏟고 있다.

 『미국에는 「자유의 여신상」, 파리에는 「에펠탑」, 영국에는 「개선문」이 대표적인 기념품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외국인들이 부담없이 구입할 수 있는 관광상품이 거의 없어요. 기껏해야 부채나 소고가 고작이죠.』

 숭실대 정보통신공학과 학생들이 주축이 돼 설립한 에밀레사운드(대표 배음진) 함명규 이사(26)의 말이다. 이 회사는 우리의 전통문화를 상품화하기 위해 현재 성덕대왕신종(일명 에밀레종)의 소리를 상품화하는데 열중하고 있다. 박형진(24), 나덕수(24) 등 임원들은 모두 숭실대 통신공학과에서 박사과정과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 학생들.

 은은하고 장중한 소리를 자랑하는 성덕대왕신종은 아직까지도 제조비법이 밝혀지지 않은 대표적인 한국의 종이다. 신비한 소리와 외형의 아름다움 때문에 여러 곳에서 이 종의 모양을 축소해 관광상품으로 판매하고 있지만 그럴듯한 외형과 달리 서양 종처럼 날카로운 쇳소리를 내 상품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에밀레사운드는 에밀레 모형종 제작업체에서 쉽게 삽입할 수 있는 저가형 사운드칩을 개발해 오는 7월부터 본격적으로 보급할 계획이다. 이미 문화관광부 전시실에 전시돼 많은 사람들의 호평을 받았으며 오는 7월 개최되는 서울국제문화축제에는 입구에 모형종과 함께 설치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숭실대 음성통신연구실(지도교수 배명진)에서는 이미 외국에서 호평받고 있는 대표적인 문화상품인 「사물놀이」를 디지털화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핵심기술은 사물놀이에 등장하는 꽹과리와 징, 장구, 북 등 4개 악기의 연주음을 각기 다른 형태로 압축했다가 다시 그대로 복원하는 것. 이 연구에는 김정진 씨(23)를 비롯한 2명의 석사과정 학생이 매달리고 있다. 이 연구팀은 올해 안에 사물놀이를 그대로 재현할 수 있는 시제품을 만든다는 목표로 개발에 열중하고 있다.

 서울대 산업공학과 이면우 교수가 지도하는 「페이퍼매직(Paper Magic)」사는 종이로 창덕궁 인정전과 거북선 모형을 상품화해 각광을 받고 있다.

 이 상품은 사진으로 찍어온 인정전 등 전통 문화유산의 평면그림을 3차원으로 재해석해 풀이나 칼을 사용하지 않고 종이 입체모형을 정교하게 만든 것.

 지난해 10월 프랑스 칸 관광상품 전시회 참가를 계기로 주문이 늘어나고 있는데 가수 마이클 잭슨은 자신의 종이 미니어처 제작을 의뢰했고 미국 월트디즈니에선 배를 만들어달라고 요청한 상태. 지금까지 판매한 제품은 모두 2억5000만원어치에 이른다.

 페이퍼매직사는 앞으로 인정전에 회랑과 품계석, 조명과 음성장치 등을 추가해 조선시대 조정을 재현한 제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또 임진왜란 당시 조선 수군의 주력이었던 「판옥선」과 왜선들을 종이모형으로 만들 방침이다. 이외에도 다보탑과 석가탑 등 다양한 우리 문화유산을 종이모형으로 만들어 판매하기로 했다.

 이처럼 벤처기업을 통해 우리 문화유산의 상품화에 앞장서는 젊은이들이 있는가 하면 우리 문화의 연구를 통해 새로운 전통을 이어가려는 젊은이들도 있다.

 한국과학기술원, 포항공대, 고려대 등의 대학에는 매일 컴퓨터와 씨름해야 하는 부담에도 불구, 틈만 나면 동아리방에 모여 우리 전통문화를 알리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학생들이 있다.

 국악을 들으며 우리음악의 장점과 특성을 연구하는 한국과학기술원의 「떠이어니레」는 여름에는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단소교실을 열기도 한다.

 또 풍물굿을 연주하는 「소리모음」 동아리도 있다. 이곳에서는 회원들이 직접 꽹과리, 징, 북, 장구 등을 배워 공연도 한다.

 고려대 공과대학 내에도 「소리얽힘」이란 풍물패와 「하날다래」란 탈춤 동아리가 활동하고 있다. 또 포항공대에는 전통문화 계승과 보급을 위해 모인 「삶터」 동아리가 있다.

<장윤옥기자 yo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