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를 우롱하는 상술이냐, 아니면 소비자 선택 권리를 확대한 새로운 마케팅 기법이냐.」
최근 국내 PC업계에 해외의 「프리(FREE) PC」 제도와 유사한 공동 PC마케팅 도입붐이 거세게 일면서 이를 두고 소비자와 PC 제조업체가 상반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 PC 공동마케팅은 소비자가 36개월 또는 48개월 동안 월정액을 내면 PC는 물론 인터넷과 PC통신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새로운 마케팅기법. 이는 소비자가 일정기간이 지난 후에 PC를 소유하게 된다는 점에서 「임대PC」와는 구분된다.
또한 새 마케팅은 최근 해외에서 「인터넷 사용을 정기화한다」는 전제 아래 일정기간 동안 PC를 「무료」로 임대해주고, 이 기간이 지나면 PC를 소비자에게 「무료」로 제공하는 해외 「프리PC」 제도와 크게 구별된다.
많은 소비자들은 이같은 공동 마케팅기법에 대해 PC 공급업체들이 소비자들을 크게 배려한 것처럼 보이지만 PC업계가 벌이고 있는 「상술」이라고 평가절하하고 있다.
이같은 마케팅 기법은 PC 제조업체들이 기존에 전개해온 6개월 또는 1년 동안의 할부판매방식을 3년과 4년으로 늘린 장기 할부판매에 지나지 않으며 여기에 통신서비스를 연계했을 뿐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이들은 공동마케팅을 채택한 PC 가격이 결코 싸지 않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PC통신 하드웨어동호회 한 관계자는 『최근 PC 제조업체들이 PC 값을 지불하면 각종 통신서비스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으나 실상을 보면 오히려 소비자부담이 가중된 것』이라며 『이는 새로운 마케팅기법의 PC 구매가격이 동급사양 PC 가격과 PC통신 이용료를 합친 것보다 금액규모가 크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삼보컴퓨터·대우통신·현주컴퓨터 등 국내 주요PC 제조업체들 대부분은 셀러론 366㎒급 PC에 대해 공동 마케팅을 전개하면서 36개월 동안 월 4만5000원 가량의 할부금액을 책정하고 있다.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약 162만원. 이 금액에는 PC가격과 3년 동안의 PC통신이용료가 포함된 것이다. 3년 동안 PC통신 이용료는 업체마다 다소 차이가 있으나 평균 40만원으로 보면, 새로운 마케팅을 채택한 PC의 가격은 대략 122만원이다.
이는 현재 시중에서 판매되는 셀러론 366㎒급 PC 가격이 130만∼150만원인 것과 비교하면 크게 저렴한 수준이다. 그러나 PC의 경우 일반적으로 가격이 분기별로 10% 가량 인하되는데다 할부금 이자율을 감안하면 공동마케팅 PC의 현시점 구매가는 대략 150만∼170만원선이라는 계산이다.
이같은 주장에 대해 PC 제조업체들은 공동마케팅 PC가 어디까지나 소비자가 원하는 경우에만 판매하는 것으로 「소비자들의 선택의 폭을 크게 확대한 것」 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삼성전자 한 관계자는 『PC는 보급이 크게 늘어 현재 생활필수품으로 자리잡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100만∼300만원대를 호가하는 고가품목이어서 정작 PC가 필요한 소비자들이 선뜻 구매하지 못하고 있다』며 『장기 할부판매와 PC통신을 묶어 판매하는 PC야말로 이들 소비자에게 PC구매 기회를 넓혀 주는 새로운 마케팅기법』이라고 밝혔다.
대우통신 한 관계자도 『국내 처음으로 공동 마케팅기법을 도입한 현주컴퓨터의 경우 소비자들로부터 구매신청 접수를 받은 지 한달 만에 신청건수가 5000건을 넘어섰다』며 『이는 소비자들이 이같은 판매기법을 크게 선호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영복기자 ybshin@etnews.co.kr>